"주가 저평가 상황에서 겨우 1조 남짓...갸우뚱"
숨겨진 사고 가능성 또는 우호세력 확보?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왜 이 주가에, 이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려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둘러 증자를 해야할 만큼 자금사정이 급하지도 않고, 급하다 해도 증자 규모가 작다는 얘기다. 시장에는 신한지주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 외의 또다른 뭔가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4일 1조1582억원 규모(약 3913만주)의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증자 배정 대상은 홍콩 소재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다. 가격은 2% 할인한 2만9600원. 유상신주에는 2년간 매각제한(1년간 의무보호예수) 조건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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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신한금융그룹] |
신한지주측은 증자의 이유로 ▲코로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손실흡수 능력 강화 ▲그룹 중장기 성장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본 여력 확보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및 자본시장 분야에서 다양한 제휴 및 공동 투자의 기회 등으로 설명했다.
그렇지만 증자 규모 1조1582억원은 신한지주의 한 분기 영업이익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신한지주는 올 1분기와 2분기에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2570억원, 1조2550억원을 거뒀다. 여기에 증자를 할 만한 주가 수준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한지주 주가는 지난해 4만5000원대에서 횡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만1850원까지 급락했다 한때 3만7000원대로 상승했다. 최근 3만원대 미만으로 내려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언택트 관련주가 급등하고 금융주 등은 소외됐으나 최근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 경기 회복 기대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신한지주는 영업성과가 뛰어난데 반해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돼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즉,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증자 시기를 늦춰 제 값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시장에서는 신한지주가 증자를 서두른 이유로 ▲코로나19, 라인펀드 외의 또다른 사고 가능성 ▲우호세력 확보 필요성 ▲감독당국의 압력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내렸다. 이어 최근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이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시중은행 전체의 대출 만기연장 규모를 51조원, 이자상환 유예 규모를 391억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이자상환 유예를 적용 받는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규모는 2조~2조5000억원 정도라고 예상한다. 이는 지난 2분기에 쌓았던 충당금 적립액과 유사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가 코로나19 관련 충당금을 2000억~3000억원 가량 쌓았고, 라임펀드 관련한 손실 충당금도 1000억원 이상 쌓았다"며 "이외의 또다른 사고를 대비해서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히 자금을 수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신한지주의 지배구조가 바뀐다. 6월말 현재 신한지주 단일 최대주주는 9.86%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그렇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이 15% 가량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으로 세계 최대 펀드운용사 블랙록(6.09%), 우리사주조합(5.11%), 사모펀드 IMM(3.66%) 순이다. 이번 증자로 어피니티, 베어링 등이 7.9%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한때 9% 넘게 보유했던 프랑스 BNP파리바는 2017년에 3.55% 보유지분 신고를 했지만 현재는 제휴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적은 지분만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증자로 글로벌 펀드 지분율이 국민연금을 웃돌게 되고, 재일교포 지분율은 떨어지게 된다. 이번 증자에 참여하는 어피니티, 베어링 등은 사외이사 2명 추천권을 얻었다. 신한지주의 사외이사 수가 현재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신한지주 정관상 이사회는 15인 이내로 구성해야 한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1명)와 기타비상무이상(2명), 사외이사(10명) 등 총 13명이다. 2명의 추천이 추가되면 정관상 최대 구성원이 된다. 사외이사 10명 중 재일교포 출신은 4명(박안순·진현덕·최경록·히라카와유키)이고, IMM PE와 BNP파리바가 각각 1명씩 추천했다. 어피니티와 베어링이 각 1명씩 추천하면 총 8명이 외국인(재일교포와 외국계펀드 추천)이 이사회에 들어간다. 15명의 과반을 넘는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가 이사회 멤버 중 과반수 이상을 외국인(재일교포와 외국계펀드 추천)으로 구성,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안정적인 배당, 무리한 투자 지양, 대출성장률 관리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관치'의 영향력이 큰 한국 금융시장에서 이사회 구성의 변화만으로 독립성 확보를 단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주주와 사외이사는 조용병 회장의 우호세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신한금융 관계자는 "증자 자금은 디지탈 투자와 글로벌 인수합병(M&A)를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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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20.09.07 milpar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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