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까지 순발행 34조8941억, 작년 1조6784억
하반기에도 발행 줄이기 어려워, 자금 조달 부담
"수급부담 커지면 은행채 가격 떨어질 수 있어"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행채 순발행 규모가 지난해 대비해 2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이 코로나19 대응해 소방수 역할에 적극 나서면서 자금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비록 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은 덜었음에도, 은행들은 코로나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발행 랠리가 이어갈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행채는 34조8941억원 순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784억원 순발행에 비교하면 20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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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이처럼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나선데는 기업과 가계대출이 늘어 필요한 돈이 많아졌지만 정작 예금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채권 발행만이 은행들에겐 유일한 통로가 됐다.
당초 대출 증가세 둔화와 금융규제 유연화로 하반기엔 은행채 발행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당국은 올해 9월 말까지였던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 완화(통합 100% →85%, 외화 80%→70%) 기한을 내년 3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으며 신예대율 규제를 내년 6월까지 미뤘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은행들이 유동성을 여유있게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발행을 줄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들어서도 대출 수요는 여전히 빠르게 늘고있다. 특히 빚을 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현상이 확산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7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7조6000억 폭증, 7월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권에 대한 당국의 지원 압박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주엔 청와대가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를 소집한 이후 지주들은 향후 5년간 총 72조3000억원의 대규모 재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결국 정부가 은행에 손을 또 다시 내밀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팀장은 "현재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재정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앞으로 (정부는) 민간금융회사들에 더 자주 손을 내밀 것이고 여러 암묵적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계절적 요인으로 발행 물량이 늘 수 밖에 없다.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68조5810억원으로 상반기에 비해 20조원 가량 더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보통 4분기에 결제 자금 수요가 몰려있어 발행량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가 나오긴 할거 같은데 시장이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발행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