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한전공대 이어 전력기금 '쌈지돈' 논란
신재생에너지 관련 지출 항목 5년새 50% 늘어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정부가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지출액 중 약 1조원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에 지출액의 절반 가량을 사용한 것이라 '정부의 쌈지돈'이라는 지적이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전력기금은 매달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부과해 적립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모든 국민이 내는 '준조세'라고도 표현한다. 앞서 정부는 '탈원전' 비용과 한전공대 설립 등에 전력기금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7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액은 2조354억원으로, 이 중 48.7%에 해당하는 9919억원이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6239억원)에 비해 규모가 50% 가량 늘어난 셈이다. 해당 자료는 구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서울 강서구 공항고등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2020.07.17 alwaysame@newspim.com |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 3639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2926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융자) 2820억원 등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차액 지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위해, 민간 사업자의 발전 전력이 고시가격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원가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게다가 '전력기술개발', '에너지 기술개발' 등의 항목에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감안하면, 기금에서 신재생에너지에 투입하는 금액은 1조원을 훌쩍 넘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상당 비중을 태양광 산업이 차지하는 만큼 대부분의 금액이 태양광 산업에 들어가게 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만큼, 일부 공익사업 분야의 지출은 줄어들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농어촌 전기공급 등 국민 지원사업인 '에너지 공급체계 구축' 사업은 2015년 5770억원에서 2020년 312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구 의원은 지적했다.
정부가 전력기금을 임의대로 사용한다는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한수원 등 전기사업자에 대한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즉, 탈원전 정책 비용을 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산업부는 전력기금을 한전공대 설립에 사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근 의원은 "기금 설립 취지에 맞게 공익·정책 사업에 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특정 사업에 50%에 달하는 기금이 사용되고 있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 운영을 위한 '심의 위원회를 설치해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듯 사업별 예산의 상·하한선을 두고 심의·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임의대로 사용했다면 용도에 대한 비판에 책임이 있겠지만 전력기금은 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내 편성과 국회 심의를 거쳐 용도와 규모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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