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땅 이어 서울 등촌동 공장부지 '이해충돌' 논란 번져
박 차관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땅...정책에 관여한 바 없다" 해명
시민단체 "국토부 조사 후 결과 밝혀야"...과천시민, 공익감사 청구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의 경기도 과천시 보유 토지에 이어 그의 가족이 보유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공장 부지가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박 차관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대상지역에 땅을 보유하면서 공익과 사익 간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차관은 이 같은 의혹에 즉각 선을 그었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명확한 해명이 되지 못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공직자의 업무가 공적인 이익이 아닌 공직자 개인의 사적인 이익에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외관만으로도 정부와 정부의 정책은 신뢰를 잃는다"며 신속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2020.09.07 alwaysame@newspim.com |
◆서울 등촌동 부지, 개발시 시세 200억원...이해충돌 우려 제기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 차관의 형과 누나, 배우자는 준공업지역인 등촌동 일대에 건물면적 1912㎡ 공장과 1681㎡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한 방송 매체는 국토부가 앞서 발표한 '5‧6 대책'에서 준공업지역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공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는 준공업지역 주택공급계획을 밝히면서 민관합동 사업에 대해선 기존 산업부지 확보 의무비율을 기존 50%에서 40%로 3년간 하향 조정하고, 주택부지 비율은 기존 50%에서 60%로 상향한다는 내용 등을 제시했다. 산업시설 매입지원, 기금융자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이러한 대책을 직접 발표하면서 준공업지역을 활용해 총 7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선 박 차관이 발표한 대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그의 가족들이 보유한 등촌동 일대 부동산은 시세로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차관이 직접 보유한 과천 소재 땅도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부지 2519㎡ 중 1259.5㎡는 지난 2018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의 주택공급대상지역에 포함되면서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이 수행하는 직무가 그의 개인 재산상 이익과 관련돼 있다며 공정한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문제제기했다. 박 차관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주택도시실장, 2018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국토도시실장을 거쳐 현재 국토부 1차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박 차관의 경력과 업무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박 차관은 과거 그리고 현재에 자신의 재산상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차관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이해충돌로 판단할 경우엔 관련 업무 중단, 제척 등 조치를 취해달라고 국토부에 요구했다.
과천지구 조감도 [제공=국토부] |
◆박 차관 "31년간 공직생활, 단 한번도 재산이익 위해 수행한 적 없어"
박 차관은 이 같은 의혹에 즉각 해명에 나서면서 이해충돌 소지에 선을 그었다. 먼저 과천 땅과 등촌동 공장부지 등은 부친으로부터 수십년 전 증여받은 것으로, 향후 정부 정책에 따른 개발을 염두하고 땅을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과천 땅은 약 30년 전인 1990년 4월, 등촌동 공장부지는 3년 전인 2017년 12월 증여가 이뤄졌다.
박 차관은 등촌동 공장부지와 관련해 "본인은 준공업지역 주택공급계획을 주도적으로 입안하거나 구체적인 지시를 한 바 없다"며 "5‧6대책의 내용 또한 본인 가족이 보유한 부동산에는 영향을 미칠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주택공급을 위한 준공업지역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는 공모에 선정된 대규모 공장부지를 대상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들이 보유한 등촌동 공장부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과천 땅과 관련해서도 "2018년 12월 15일 차관 부임 후 신도시 발표계획을 보고 받으며 과천 신도시 계획을 처음 알게 됐다"며 "국토도시실장은 신도시계획 수립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어떠한 내용도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도시 지정에 따른 개발이익에 대해서도 "관계법령에 따라 토지보상가격은 개발사업 발표 이전의 원래 토지이용상황(이 토지의 경우 그린벨트 농지)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므로 신도시 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은 배제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직생활 31년간 개인적 재산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적 없다"며 "앞으로도 청렴과 공정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나 분명한 근거도 없는 막연한 의혹 제기에 대해선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9.07 pangbin@newspim.com |
◆박 차관 해명에도 논란 '일파만파'...감사 청구나서는 시민들
당사자 해명에도 박 차관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선 박 차관의 이해충돌 소지가 여전하다며 국토부‧감사원 조사와 그에 따른 업무 배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천시민들은 박 차관이 과천시에 있는 자신의 땅을 3기 신도시 택지로 선정하고 보상·개발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오는 10일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한다. 이번 감사청구는 과천시민광장 사수 시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준비기간을 거쳐 추진됐다. 약 600명의 과천시민들이 감사청구에 서명했다.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과천) 토지보유경위는 이해충돌 여부와 무관하고, 그의 해명은 본질을 흐리는 변명에 불과하다"며 "스스로 토지보상을 받을 주택공급계획에 포함된 토지를 소유하면서도 관련 업무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해충돌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의 주택공급 계획이 단시간에 결정되기 어렵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토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은 박 차관이 주택토지실장직을 수행했던 시기(2016년 2월~2018년 7월)에 입안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공주택본부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주택본부는 공공주택본부장 1인, 공공주택추진단장1인, 단원으로 구성된다. 2018년 3월 30일 이전에는 국토토지실장이 공공주택본부장을, 개정 이후에는 주택토지실 주거복지정책관이 공공주택본부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이에 주택토지실장 시절 박 차관은 2018년 3월까지 공공주택본부장을 겸임하거나 2018년 7월까지는 주거복지정책관을 지휘해 신도시 등 공공주택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참여연대 측 주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해충돌 그 자체가 부정부패는 아니지만 공직과 사익간 충돌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을 때 부정부패 또는 정책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국토부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고 이해충돌 여부에 따라 박 차관에 대한 업무배제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