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326억원→15조6393원으로 줄어
"잔치 끝날 것 같은 상황에 커진 불안감"
"증시 회복 기대 커지면 빚투 다시 이어질듯"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사상 최대치인 16조원을 돌파하는 등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빚투'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속출하면서 경제 불확실성과 증시 변동성이 커져 빚투 열풍이 주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전날 기준 총 15조639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금액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로 불린다.
최근 3개월 간 신용공여 잔고 추이 [표=금융투자협회] |
앞서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16조326억으로 사상 처음으로 1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최근 6개월 중 최저치인 6조4075억원(3월 25일)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달 28일 13조9537억원을 찍은 후 15거래일 연속으로 매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3월 대폭락장과 이후 각국 정부가 펼친 유동성 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증시 대폭락은 일종의 '바겐세일'인데 이때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헐값에 사들였다. 아울러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가파르게 회복되자 이를 바탕으로 한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빚투'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가 2400포인트에서 대폭 후퇴한 지난 18일부터 빚투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18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19일 16조324억 ▲20일 15조7948억원 ▲21일 15조7668억원 ▲24일 15조7266억원 ▲25일 15조6393억원으로 감소했다. 5거래일 만에 30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2차 유행이 우려되면서 빚투 열풍이 다소 주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00~300명대로 대폭 늘었고 이 영향으로 지난 18일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아래로 크게 후퇴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441명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이후 V자 반등을 이뤄냈던 증시가 단기 조정에 들어가거나 폭락장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광복절 집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늘어난 뒤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는 등 좀처럼 24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사실상 국가가 통째로 셧다운에 들어가는 만큼 향후 증시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투자자들의 빚투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빚투에 나섰다가 증시가 폭락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잔치가 끝날 것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강심장은 몇 없다"며 "또 대형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여력이 한계치에 달해 일부 중단한 것도 신용공여 잔고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속출이 증시에 미칠 영향이 단기 조정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구간을 거치면 다시 증시가 회복세에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인데, 빚투 광풍이 다시 연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면서 갑작스러운 변수로 등장했으나 방역대응과 재정 정책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올 1분기와 같은 급격한 투자 심리 위축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정경제 전망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결과를 살펴봐야 하는데 향후 경제성장 전망치의 하향 조정 여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통화 정책 대응 정도에 따라 투자 심리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