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자신 없다.", "두렵다.", "걱정이 많다." 정치밥을 먹을 만큼 먹은 3선인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의 자괴감 섞인 한탄이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슈퍼 여당의 폭주에 제1 야당이 할 수 있는 건 기자회견과 무력감의 토로 뿐이었다. 절대 과반인 176석을 확보한 거대 여당 앞에서 개헌저지선을 겨우 확보한 제1 야당의 저항은 무기력함, 그 자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곳곳에서 일방적 의사진행과 의원 수로 밀어붙였다. 통합당이 제기한 절차상 문제 등은 번번히 무시됐다. 거칠 것 없는 민주당의 일방적 진행에 회의 중단과 야당 의원의 퇴장 등 파행으로 보낸 28일 이었다.
민주당의 폭주는 29일에도 이어질 듯 하다. 전날 상임위에서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위한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이들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개의' 방침을 통합당에 통보했다. 법사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아직 구성 못했지만, 구애받지 않고 처리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전날 기획재정위원회가 그랬듯이. 기재위 통합당 의원들은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등 부동산 세법 개정안이 소위원회의 토론을 거치지 않고 상정된 것은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지만,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일방적으로 '기립 표결'에 부쳤고 결국 가결됐다. 통합당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 등 174건,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등 40건에 대한 의사일정 추가 서면 동의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만 두 번째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3건의 법률안만 상정한 것은 국회가 정한 정상적인 상정 절차를 무시한 편법이자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일 뿐이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폭거는 도를 넘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증인 신청과 자료 제출 요구는 거부당했다. 청문회에 임한 박 후보자의 태도도 비난받을 만 하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학력위조 지적에는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청문회 증인 불참 비판에 대해서는 "그분이 안 나오는 것이 왜 내 책임이냐"며 오히려 통합당 의원에게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의 6·15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면 합의 의혹과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후보자 임명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하루 만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도 야당을 무시한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의 야당 무시에 행정부 장관인들 다를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합당 의원들의 '아들 휴가 미복귀' 관련 질문에 대해 "소설 쓰시네", "질문 같은 질문하라"며 비아냥거렸다.
176석의 절대 과반을 확보한 여당의 독주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국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협의조차 않는 민주당의 국회 운영은 의회민주주의의 파괴 행위라 할만 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도 적절치 않다. 3권 분립의 정신에 비춰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국회의원의 본분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행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기 보다 오히려 야당 의원을 공격하는 자세로는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