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등 부양책 한계 직면 '빨간불'
"경기지표 호전세 정점 찍고 내려올 수도"
코로나19 급증세에 독감 시즌까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폭락장을 맞았던 증시가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선 성장 동력 부재로 상승세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시각들이 나오고 있다. 각국의 대규모 유동성 정책이 정점에 달했고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등 여러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대폭락이 연출되면서 1457.64로 급추락한 뒤 큰 조정 없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 5월 2000선을 회복했고 7월 17일에는 2201.19에 거래를 마감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폭락 당시 각국 정부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유동성 정책을 펼치면서 가까스로 증시를 끌어올린 결과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소폭(2.99p) 하락한 2198.20을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16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42포인트(0.06%) 오른 2,203.30에 개장했다. 코스닥 지수는 1.95포인트(0.25%) 내린 784.24에 출발했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과 동일한 1,200.5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0.07.16 dlsgur9757@newspim.com |
실제로 한국은행 발표를 살펴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 광의통화량(M2)은 3018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었다. 한 달 새 34조원(1.1%) 늘며 월 증가폭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M2는 일반적으로 통화량과 유동성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코로나19 대책으로 2조3000억달러(한화 약 2745조원)의 초대형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총 1조3500억 유로(한화 약 1830조원)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유동성 정책을 통한 '증시 떠받치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3차 부양책을 통해 1인당 1200달러의 현금을 지급했다. 주정부가 이에 더해 추가로 주당 600달러를 지급하면서 실업자가 연봉 6만2000달러 이하 소득자보다 주당 수입이 높아졌고 이는 소비지수의 V자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이 7월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8월 소비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박상현 DGB금융그룹 연구원은 "5~6 월 주요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8월부터 정책 모멘텀 공백 등에 따른 소비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7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통제되지 못하는 펜데믹 상황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공화당 측은 주당 600 달러의 추가 실업급여 수당 연장을 반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유행과 재정정책 효과 소멸 등 정책 모멘텀 약화로 미국 경기의 강한 반등 추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추가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급격한 회복세를 보였던 증시가 성장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의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짝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 봉쇄 조치(락다운) 해제, 각국 정부의 부양책 등 코로나19의 인위적 충격 약화에 따른 경기 반등은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며 "상대적으로 락다운 조치가 선제적으로 완화된 신흥국의 경우 3월부터 3개월 동안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다 락다운 완화 이후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7월 말에서 8월 초 경기서프라이즈지수가 고점을 찍고 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장 큰 증시 악재인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가을 독감 시즌이 맞물리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 독감과 코로나19의 증상이 비슷해 이에 대한 자가검진이 어렵고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날씨에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1차 대유행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람들의 활동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가을 독감시즌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이번 봄에 사람들이 최대한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물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지만 대신 경제적 타격을 입었듯 가을에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