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아니스 "백악관 목적은 북핵문제 해결보다 '상황관리'"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의 대화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미국 잡지 '어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제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한 미 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CNI(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 구 닉슨센터)는 1994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설립된 싱크탱크로 국내외 정치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19.6.30.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카지아니스 국장은 최근 백악관 내에서 북한과의 합의를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는 북한과 관련한 여러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새로운 제안을 토대로 미-북 사이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올해 가을 3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서, 평양에서 기차나 비행기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시아 나라의 수도가 정상회담 개최지가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공개했다.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이날 VOA에 백악관 내 여러 소식통과 전직 관리를 비롯해 트럼프 대선 캠프와 정보기관, 국무부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양보가 정확히 무엇인지 찾는 중"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본질적인 목표는 북한과의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라며 "백악관은 여러 방안들에 대해 숙고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행동 대 행동' 제안과 같은 것들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어떤 (미국의) 양보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거래될 예정이었던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북한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또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에 대해 무엇을 북한이 원할지 등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개인적 사견임을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관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비핵화 문제의 '해결'보다는 사실상 핵 보유국인 북한의 핵 위협과 역량의 속도와 범위,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 백악관 청사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2020.06.21 |
백악관 내 소식통 등을 인용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관련 의중이 카지아니스 국장을 통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문제가 끝난 뒤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분명해 보인다"고 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견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유연성'으로 해석할 만한 조치를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는 북한 문제에 있어 많은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들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이끄는 매파(강경파)들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고, 북한이 어떤 합의에 대해서도 위반하고, 속이며, 거짓말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처럼 좀 더 합리적인 부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사견을 전제로 국무부 내에도 중단기간 내에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를 얻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최근 북한이 추가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선 "북한이 분명 트럼프 행정부에만 정치적 이득이 있는 정상회담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일부 동의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상황이 1990년 중반 이래 최악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으로 야기된 경제 불황과 농업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내부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친분이 있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소식통은 아니었다며, 이번 기고문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8.02.28. [사진=뉴스핌 로이터] |
◆ "北 모라토리움 대가로 맞춤형 제재완화 패키지 구상…다자회담 부활도 고려"
앞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어메리칸 컨서버티브' 기고문에서 2명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지금 당장은 북한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핵심 핵생산 시설을 해체하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언하는 내용이 포함된 패키지 대가로 맞춤형 제재 완화 패키지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라고 소개했다.
카지아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팀이 사진찍기용이라고 비난받을 정상회담이 아니라 북미 양측에 분명한 성과를 달성할 양자 회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를 놓고 토론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양보를 위해 양보를 교환할 의향이 있는데다, 테이블에 많은 새로운 것을 올려놓고 과거에는 안했던 일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 일이 작동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전했다.
그는 또 백악관이 올봄에 국무부, 정보 당국자들과 함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하지 않도록 다자 틀을 부활하는 아이디어를 북한에 전달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6자회담 구상에 기초해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일본과 '최소한 다른 한 파트너'를 합류시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오는 가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아시아의 한 수도에서 서명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앞서 10월 중 태국 방콕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는 다만 백악관 측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아이디어에 응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