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대비 스낵시장서 고전…스타 모델·코로나19 호재
일시적 효과 우려 속 해태제과 신제품 등장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롯데제과가 '에어 베이크드'를 성공적으로 론칭, 스낵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허니버터칩' 신화를 쓴 해태제과의 신제품 '생생감자칩'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어 베이크드는 지난달 출시 후 한 달 만에 매출 25억원을 돌파했다. 대개 월 10억원 이상 판매되는 신제품을 히트작으로 여기는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간 스낵시장에서 여러 차례 쓴맛을 봤던 롯데제과는 스타 모델 기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등을 활용해 '꼬깔콘'을 능가하는 메가 히트작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성공을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연이은 실패 만회 위해 TFT까지 신설…제니·코로나19 효과 '톡톡'
롯데제과는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카스타드' '칙촉' '마가렛트' '칸초' 등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1, 2위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비스킷에 한정된 상황. 즉 스낵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심, 오리온은 물론 크라운에도 밀리며 스낵시장 4위에 머물렀다.
사실 롯데제과의 스낵 히트작은 많지 않다. 꼬깔콘과 '치토스' 외에는 모두 판매율이 저조하다. 신제품 출시에 소극적인 탓은 아니다. 오히려 롯데제과는 꾸준히 새 스낵을 선보여왔다. 최근 5년 사이에도 '꿀먹은 감자칩' '크레이지 떡볶이' '토스티드칩' '공룡 박사' '요리스낵 멕시칸 타코칩' 등을 내놨다. 다만 이들 제품 모두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꼬깔콘 등 스테디셀러 제품을 다양한 맛으로 변주, 출시해봤지만 역시 큰 효과는 없었다.
에어 베이크드는 롯데제과가 이런 상황을 뒤집어보고자 야심 차게 출시한 제품이다. 생산, 영업, 마케팅 등 분야별로 핵심 인원으로 묶어 태스크포스팀(TFT, 특별기획팀)까지 꾸렸다. 특정 상품을 놓고 TFT를 만든 건 이례적인 일이란 게 롯데제과 측 설명. 에어 베이크드를 자사 주력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2020.07.15 jjy333jjy@newspim.com |
제품 출시 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타깃층을 2030 여성으로 명확히 했다는 점이 가장 주효했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하는가 하면 인플루언서(SNS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를 섭외해 광고 협찬을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도 호재로 작용했다. 방학이 길어지고 집에 머무는 이들이 늘면서 전체 과자 매출이 부쩍 성장한 것. 올 1분기 제과업계 스낵 매출은 약 3979억원(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고 에어 베이크드도 불티나게 팔렸다.
◆'반짝' 인기 우려 속 경쟁자…'허니버터칩 신화' 해태제과 감자스낵 출시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짝' 인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아이돌 마케팅, 코로나19 등이 모두 일시적 효과여서다.
실제 판매량 대비 소비자들의 온·오프라인 반응이 폭발적인 편은 아니다. 에어 베이크드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자사 홍보물을 합쳐서 100여개에 불과하다. 트위터 글은 90% 이상이 제니 게시물이다. 제니가 빠지면 에어 베이크드 매출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올 거란 이야기가 나오는 근거다.
[사진=롯데제과·해태제과] 2020.07.24 jjy333jjy@newspim.com |
여기에 또 다른 경쟁사 해태제과가 신제품 생생감자칩을 내놨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동안 150만개 이상이 팔렸다.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15억원이다. 에어 베이크드와 비교했을 때는 다소 저조한 성적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낙관적이다.
성공 이력이 있어서다. 해태제과는 앞서 허니버터칩으로 감자스낵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한 달째 오리온 '포카칩'을 꺾고 편의점(GS25·CU) 감자칩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신뢰 혹은 기대감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콘셉트가 같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생생감자칩은 소금 0.5g만을 넣어 나트륨 함량을 일반 감자칩 절반으로 줄인 제품이다. '건강하게 만든 맛있는 감자칩'이란 타이틀이 에어 베이크드와 일치한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입소문으로 고객을 늘리고 있어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해태제과의 포부도 남다르다. 해태제과는 생생감자칩을 내년까지 연 3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15억원을 기록한 허니버터칩과 함께 감자칩 시장 점유율을 더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으로 히트상품이다, 아니다를 논하긴 섣부르다. 신제품 거품이 빠져야 진짜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제품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마케팅, 입소문 등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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