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케이옥션 7월 경매에 보물 1796호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출품된다. 추정가는 50억~70억원. 경매는 50억에 시작하며, 낙찰될 경우 국내 문화재 거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조선 후기 산수화와 인물화의 제작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돼 있다.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문 형태이며, 특히 같은 점수로 구성한 화첩은 극히 드물다. 이를 인정받아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2013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겸재정선의 해악팔경도. 위 줄 왼쪽부터 〈단발령〉,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아래 줄 왼쪽부터 〈옹천〉, 〈고성 문암〉, 〈총석정〉, 〈해금강〉 [사진=케이옥션] 2020.06.26 89hklee@newspim.com |
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라는 표제가 묵서돼 있고 보물 제정 이전에는 '겸재화'로 통칭되기도 했다. 제작 시기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각 그림에 '謙齋(겸재)'라는 서명과 '정(鄭)' '선(敾)'을 각각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白文方印, 글자 부분이 하얗게 찍히는 도장)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겸재가 66세부터 70대 후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국내 문화재 거래 중 최고가를 세운 작품은 2015년 서울옥션 12월 경매에 출품돼 35억2000만원에 낙찰된 '청량산괘불탱(보물 1201호)'이다. 당시 추정가는 40억~150억원이었고 32억에 시작했다. '청량산괘불탱'은 1994년 보물로 지정됐고, 가로 4.42m, 세로 9.59m 크기로 규모가 있는 작품이다. 18세기 괘불의 시원인 이 작품은 거대한 화면에 보살형 석가불을 꽉 차게 그린 그림으로 마곡사 괘불탱과 비교되는 불화다. 현재 남아있는 보살형 보관 석가불이 그려진 괘불은 서너점밖에 남아있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 활약한 작가이자 이번 경매가 기록 경신의 기회라 문화계 안팎으로 관심이 높다. 또한,이번 출품작이 고미술품을 다수 보유한 사학재단 우학문화재단이 소장했고 용인대박물관이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시선이 쏠린다. 다만, 높은 가격으로 출품됐기 때문에 유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5월 케이옥션 경매에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인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 시작가 15억으로 출발했으나 등장과 함께 허무하게 유찰된 바 있어 이번 경매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겸재정선의 송유팔현도. 위 줄 왼쪽부터 <염계상련(濂溪賞蓮)>, <방화수류(傍花隨柳)>, <부강풍도(涪江風濤)>, <화외소거(花外小車)>, 아래 줄 왼쪽부터 <횡거영초(橫渠詠蕉), <온공낙원(溫公樂園)>, <무이도가(武夷棹歌)>, <자헌잠농(柘軒蠶農)> [사진=케이옥션] 2020.06.26 89hklee@newspim.com |
고미술품 관계자는 "최완수(간송미술관 소장) 선생님의 책에도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사생화첩으로 중요한 초본'이라고 썼는데 이에 동의한다"며 "이번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의 경매 출품은 다빈치의 작품이 경매에 나온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래 겸재 정선 작품의 소장가가 많이 바뀐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서양에서도 명작이 경매에 출품되고 거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의 시장 가격 형성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문화재 최고가 경신에 목말라한다. 그런데 시장 가격이라는게 있고, 미술품 가격이 국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종합돼 이번 경매의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화재보호법상 국가지정문화재의 해외 반출과 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개인 재산일 경우 국내 거래는 가능하다. 보물 '겸재 정선의 전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의 최고가 경신 여부는 15일 오후 4시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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