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와 공동으로 개발...네이쳐지에도 게재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기존 공정에서도 적용 가능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가 기존 공정에서도 더 작고 빠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신소재를 발견, '미래 반도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반도체 집적화에 따라 발생하는 '전기적 간섭'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종합기술원이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함께 반도체 신소재로 '비정질 질화붕소(a-BN)'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팀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던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이후 16년 만의 의미 있는 신소재다. 삼성전자와 UNIST의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영국의 세계적인 학술전문지 네이쳐(Nature)지에도 게재됐다.
그간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기술에서는 '집적도 향상'이 난제였다. 집적도를 높이면 같은 크기라도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집적도를 높이면 회로 간 전기적 간섭 등의 문제가 발생해 쉽지 않았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2차원(2D) 소재가 유력했다. 2D 소재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 수준에서도 도체, 부도체 혹은 반도체의 강력한 특성을 갖는다. A4용지(약 0.1mm) 약 10만분의 1의 두께로 매우 얇아 잘 휘어지면서도 단단하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2D 소재인 그래핀을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반도체 회로를 따라 난 전기길인 배선에 그래핀을 적용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핀의 촘촘한 육각구조가 저항을 줄이는 얇고 단단한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종합기술원과 UNIST 연구진은 반도체 집적화에 따라 나타나는 전기적 간섭 문제를 해결할 소재로 '비정질 질화붕소'를 발견했다. [사진=삼성전자] 2020.07.06 sjh@newspim.com |
이번 발견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화이트 그래핀의 파생 소재다. 동일하게 질소와 붕소 원자로 이뤄져 있으나 정형화돼있지 않은 분자구조를 가져 화이트 그래핀과는 구분된다.
또한 반도체를 소형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유전체(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물질)로 활용돼 전기적 간섭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메모리 반도체(DRAM, NAND 등)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걸쳐 적용 가능하다. 특히 고성능이 필요한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활용이 기대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2D 소재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박성준 상무는 "최근 2D 소재와 여기서 파생된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공정에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기업의 추가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며 "신소재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공정 적용성을 높여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