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중·영 공동성명 존중…미·중 협력관계 유지 지지"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30일 미국의 반대와 보복조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홍콩판 국가안전법'(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미·중 갈등이 첨예화되자 한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보안법 통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오늘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 국가안전법을 표결·통과시켰다는 보도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홍콩은 우리에게 밀접한 인적 ·경제적 교류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정부는 홍콩 국가안전법 채택 관련동향과 향후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정부는 1984년 중·영 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며, 중·영 공동성명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서 홍콩이 일국양제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면서 안전과 발전을 지속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양국 간 안정적인 우호협력 관계는 동북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바, 정부는 미·중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캐리 람(Carrie Lam‥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전인대는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2020.06.30 |
◆ 전인대 상무위, 처벌 수위 높인 '홍콩보안법' 만장일치 가결
앞서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오전(현지시각) '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5월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한달 여 만이다. '홍콩 보안법'으로 불리는 법안의 실제 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전을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全国人民代表大会关于建立健全香港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的决定)이다.
홍콩 보안법은 중국이 홍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홍콩 내 분열과 정권 전복, 조직적인 테러 활동, 외부 세력에 의한 내정 간섭을 금지하고 홍콩에 국가 안전보호 기관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인 보안법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무위 심의 과정에서 처벌 수위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홍콩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최고 형량이 징역 10년 수준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초안 심의 과정에서 국가 전복 등을 주도한 사람에 대해서는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준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보안법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7월 1일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23년이 되는 날이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 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통과되자 홍콩의 친중국 시위대가 샴페인을 들고 축하하고 있다. 2020.06.30 bernard0202@newspim.com |
◆ 미국 상무부, 국방물자 수출중단 등 홍콩 특별대우 박탈
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통과가 가시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9일(현지시각) 홍콩 보안법 추진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특혜를 주는 미 상무부의 규정이 중단됐다"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애기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국방 물자 수출 중단과 첨단제품에 대한 홍콩의 접근 제한 등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박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했다"며 이날부터 홍콩에 대한 국방 물자 수출을 중단하고, 홍콩에 대한 민·군 이중용도 기술의 수출 중단을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지위를 보장해 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비자 제한 조치와 관련, 중국도 동일하게 응수하겠다고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홍콩 문제와 관련해 악질적 언행을 한 미국인에 대해 비자를 제한할 것"이라며 "미국은 제재를 부과해 홍콩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려는 중국의 법제화 노력을 방해하려 하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홍콩보안법은 순수히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면서 "중국 정부는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한다는 결심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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