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유럽 사이에 관세 전면전이 벌어질 조짐이다.
에어버스 보조금과 관련해 보복할 입장을 거듭 밝혔던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수입품에 대해 31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고, EU는 이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마찰에 가뜩이나 글로벌 교역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 두 대륙간 전면전이 지구촌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의 수입품에 대해 총 31억달러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블룸버그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유럽 4개국의 일부 수입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규 관세 대상에는 올리브와 커피, 초콜렛, 맥주와 진, 트럭 및 기계류 등 총 30개 품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26일까지 공청회를 거쳐 추가 관세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의 에어버스 보조금에 대한 오랜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조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영국이 에어버스에 불법적인 보조금을 집행했다고 판단하고, 미국에 75억달러 규모의 상계 관세 시행을 허용했다.
12월에도 WTO는 EU가 불법 보조금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미국에 추가 관세를 시행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이날 소식에 유럽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미국의 31억달러 규모 관세 경고가 양측의 무역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관세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홍역을 치르는 유럽 기업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것이라고 EU는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관세가 가뜩이나 커다란 혼란에 빠진 글로벌 공급망을 또 한 차례 훼손시키는 움직임이라는 얘기다.
외신들은 최근 상황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구촌 경제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에 침체에 빠진 지구촌 경제가 또 한 차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뉴욕증시의 급락과 달러화 강세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대한 우려 이외에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전면전을 둘러싼 경계감도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30개 품목에 대한 수입 관세 시행이 양측의 디지털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관세가 강행될 경우 유럽 기업뿐 아니라 외식 업계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8.0%로 제시한 가운데 추가 관세는 물가 상승과 소비 한파 등 작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미국의 EU 무역수지 적자는 최근 수 년간 확대됐다. 지난 2016년 1460억달러로 집계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1780억달러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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