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재포장 금지제도 내년 1월 연기 "업계 의견 수렴할 것"
유통업계 "제도 원점서 재검토해야...판촉용 '덤' 기획상품 생산 계획 변경 검토"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다음 달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재포장 금지제도'가 논란 끝에 내년 1월로 연기됐다. 환경부는 업계 반발이 커지자 세부 지침을 재검토한 후 시행한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유통업계에선 시행 유예에 한숨 돌렸다면서도 근본적인 해답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아쉽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세종=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형할인마트에서 팔고 있는 번들상품 2020.06.21 donglee@newspim.com |
22일 환경부는 '재포장 금지 제도' 세부지침 시행 시기를 다음달 1일에서 내년 1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연내 세부지침을 재검토하고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 시행될 재포장금지법 하위법령의 집행을 사실상 6개월 늦춘다"며 "이 기간 동안 제조업체,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제도 시행을 늦춘 까닭은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재포장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묶음 할인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선 당장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증정품을 포함한 기획세트 등 생산 계획 변경을 검토한 상태였다.
통상 주류 제조사들의 경우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가정의 달 등 성수기를 대비해 전용 잔이나 코르크 마개 등을 함께 구성한 기획세트를 준비해왔다.
해당 제도 시행 이후부턴 이 같은 기획세트 판매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앞서 밝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판촉을 위해 포장된 상품을 2개 이상 묶어서 추가 포장하거나 사은품을 상품과 같이 포장하는 방식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재포장 금지규칙에서도 '단위제품·종합제품을 2개 이상 함께 포장한 경우'와 '증정품·사은품 등을 함께 포장한 경우'를 재포장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측은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논란이 된 증정품을 재포장 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유지하겠단 입장이다.
환경부는 "정부는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며 재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함해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제품을 비닐 등으로 전체를 감싸는 행위만 금지돼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시장과 괴리감이 큰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치 않은 제도 시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면서 "앞서 제도 시행 전에도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기 보단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세 달간 업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현재와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기존과 같은 마케팅이나 포장을 전면 수정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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