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회 열려…FANG, 선두서 기술기업들 인수·합병
삼성, 하만 이후 잠잠…사법 리스크에 '골든타임' 흘려보내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서도 'FANG'(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구글)을 필두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공룡기업들이 "지금이 기회"라며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기업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인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 후 글로벌 M&A 시장에서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년째 사법 리스크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큰손' 대열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우수인력과 혁신 기술을 꾸준히 수혈 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8일 관련업계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중 2018~2019년 가장 활발한 M&A 활동을 보인 기업은 구글 알파벳이다. 그 뒤를 애플이 이었다.
알파벳은 지난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업체인 알루마를 인수한데 이어 올 2월 빅데이터 기업 루커를 26억달러(3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구글이 자신이 보유 중인 인공지능 기술과 이들 기업과의 기술 결합을 도모할 예정이다.
애플은 VR(가상현실)에서 스포츠 중계를 이어주는 '넥스트VR'을 인수한데 이어 음성명령 기술 업체인 '보이시스', 머신러닝 날씨 예보 영국 스타트업 '다크스카이'를 사들였다.
넥스트VR이 보유한 총 40건이 넘는 특허권이 애플로 양도되면서 애플은 VR/AR 부문에서 한층 강해진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페이스북은 4월 약 7조2000억원(57억달러)에 인도 최대 4G 통신사업자인 `지오`의 지분 9.99%를 사들였다.
또한 최근 뇌 신호를 이용해 컴퓨터와 통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컨트롤랩스(CTRL-labs)를 인수, 페이스북의 AR/VR 연구소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팀에 합류시켜 손목 밴드를 개발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 3월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모바일 솔루션 회사 `어펌드네트웍스`를 인수했고 이어 5월에는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코트라 이지현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있는 현재, 글로벌 ICT 선도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침없이 신기술을 인수하고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업체인 하만(Harman)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대규모 M&A를 통한 사업영역 확장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3년 전 한 행사에서 "미래 사업을 이끌어야 할 중요 요소 중 하나인 M&A(인수 합병) 과정이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수감 중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까지 겹치면서 '총수 공백'이 장기화 되던 상황에 대한 솔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윤 부회장은 당시 삼성을 '선단장 없는 선단'으로 표현했다.
삼성전자의 가전사업을 이끄는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 역시 2년 전 공식 석상에서 "오너 부재 문제로 큰 인수합병은 아직 제대로 못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M&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의 결정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오너가의 의지가 확고해야 매각 상대방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지면서 삼성으로선 또 다시 오너 부재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이고 (대상 기업이) 자신의 핵심 역량과 관계된 경우라면 (코로나19로)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라며 "지배 대주주가 없는 경우에는 M&A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이 이 부회장 재판 등 어려운 점이 많다보니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며 "IT산업을 포함해 현재 전 세계 산업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어 상당한 고도의 경영 전략이 필요한데, 삼성은 여러 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장기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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