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그룹 차원 노조와해 전략 수립…1심 대부분 유죄
검찰 "반헌법적인 행위 끊어야" vs 삼성 "준법경영 힘쓰고 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장현석 기자 = 그룹의 '무노조 경영'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노동조합 수립 와해 전략을 펼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실형을 구형 받았다. 검찰은 "조직적이고 반헌법적인 행위를 끊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는 15일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과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한 전직 정보경찰 등 32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핵심' 역할을 한 이 전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목장균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게 징역 4년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삼성에 노조 컨설팅 전략을 제공한 전직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송모 씨에 대해서는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고, 금품을 받고 단체교섭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 김모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삼성전자서비스에는 벌금 1억원이 구형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이 사건은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전사적인 역량이 이용된 조직적인 범죄"라며 "삼성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이자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그룹에서 발생한 일로서 이러한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은 당시 노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사실상 삼성의 하부조직이고 폐업에 관여했다는 1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업체 사장들의 공통된 폐업 결정 사유 첫 번째는 노조갈등이었다"며 "운영 중인 협력업체를 강제로 폐업하도록 한 게 아니다. 계약 만료 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 든 문건 중 상당부분은 각 서비스센터의 폐업 결정 이후 A/S 업무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관여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라며 "나머지도 실무자들이 기획,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에 불과해서 생각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형법 대원칙상 유죄의 증거로 풀어쓸 순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와해 전략을 총괄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측도 "삼성에서는 협력사에 폐업 절차 등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앞서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최고 경영진에게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준법의제로 Δ경영권 승계 Δ노동 Δ시민사회 소통 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해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발표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2020.05.06 dlsgur9757@newspim.com |
삼성 측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언급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1심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 과거 노조에 대한 시각이나 인식이 국민 눈높이나 사회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을 시인하고 앞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며 "연초에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준법 경영에 힘쓰고 있다. 이런 제반사정을 살펴 모든 이들에게 최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른바 '그린화 전략'으로 불린 그룹 차원의 노조와해 공작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전 의장 등 삼성 임원들을 실형 구속했다.
재판부는 "수많은 문건이 제출됐는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연도별 노사 전략과 복수노조 대응 태세 점검, 모의 훈련, 동향 보고, 노조설립 시나리오 등 노조를 와해시키고 설립을 방해하겠다는 문건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굳이 문건을 해석할 필요도 없이 문건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범행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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