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에 실형 구형
그룹 차원 '무노조 경영' 위해 위장 폐업 혐의 등…1심 유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무노조 경영'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그룹 차원의 노조 수립 와해 전략을 펼친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합의3부(배준현 표현덕 김규동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전사적인 역량이 이용된 조직적인 범죄"라며 "삼성이라는 글로벌 대기업이자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그룹에서 발생한 일로서 이러한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삼성그룹의 비노조경영 방침은 그룹 전체의 근로자 한 명 한 명 삶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며 "이 사건에서 직접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룹 전체 계열사의 모든 근로자 역시 간접적, 잠재적인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양형에 반드시 참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1심에서 이 전 의장과 함께 실형 선고로 법정 구속됐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목장균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에 대해서도 징역 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들에게 노조 컨설팅 전략을 제공한 전직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송모 씨에 대해서는 노조와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고, 금품을 받고 단체교섭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 김모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을, 삼성전자서비스에는 벌금 1억원이 구형됐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앞서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이 사건은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다스(DAS)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2013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외부에 폭로된 후 수사에 착수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가 종결됐다. 그러다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 수사를 위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 와해 전략 문건이 든 하드 디스크를 발견하면서 수사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
1심은 이른바 '그린화 전략'으로 불린 그룹 차원의 노조와해 공작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많은 문건이 제출됐는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하달돼 각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연도별 노사 전략과 복수노조 대응 태세 점검, 모의 훈련, 동향 보고, 노조설립 시나리오 등 노조를 와해시키고 설립을 방해하겠다는 문건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굳이 문건을 해석할 필요도 없이 문건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범행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특히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계기가 별건인 다스 수사였던 만큼, 증거수집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 구형 의견에 이어 오후에는 변호인들의 최후변론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을 듣고 항소심 재판 절차를 모두 종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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