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제 도입 기업 늘었지만 이용주주는 오히려 ↓
주식 '손바뀜' 급증으로 주주명부와 괴리 커져
홍보 외에 의결권행사 유도할 당근책 미미
"의결정족수 문제 해결 위한 근본적 대안 필요" 지적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3월 대조정 이후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투표 활성화에 공을 들이던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자투표는 대주주의결권 3% 제한(이하 3%룰)에 따른 의결정족수 미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혔왔지만, 주주들의 잦은 '손바뀜' 탓에 주주명부상 주주와 실제 주주의 괴리율이 커지면서 최근 참여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K-eVote를 이용한 의결권 행사 비율은 총발행주식수 대비 4.67%에 그쳐 5.04%를 기록한 2019년 대비 0.37%포인트 하락했다. K-eVote는 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다.
당초 예탁결제원은 3월 주총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자투표 이용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올해부터 K-eVote를 도입해 전자투표를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 K-eVote를 이용한 주주는 7만5356명으로 10만명을 넘어섰던 2019년보다 28.8% 줄었다.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의 전체 주주 가운데 전자투표에 참여한 비율 역시 0.68%로 1%를 넘겼던 지난해와 비교해 3분2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이 늘었음에도 정작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2월말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 주총이 열리기까지 약 3개월 사이에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보유하지도 않은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나설 유인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올해는 3월 이후 주식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주주 변화가 예년보다 빈번하게 벌어졌다. 당장 3월 한 달 간 코스피, 코스닥 상장주식 회전율은 각각 31.08%, 75.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29%, 42.43%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주식 및 증권투자회사, 리츠(REITs), 선박투자회사, 사회간접자본투융자회사 등이 포함된 전체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것을 뜻한다.
한 전업 투자자는 "요즘과 같은 장기 보유의 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일수록 의결권 행사는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며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개인 유입이 늘어난 만큼 당분간 소액주주 비중 증가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주총을 개최하는 상장사들의 의결정족수 충족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코스닥협회 및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3월 주총을 개최한 12월 결산 상장사의 16.8%인 40개사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들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이 85%, 전자위임장을 운영한 기업은 79.1%에 달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예탁결제원 역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법상 12월 주주명부 폐쇄와 정기주총 간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점은 부담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올 들어 시장 환경이 급변하며 대응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실제 투표율 제고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여러 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전자투표 외에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결국 의결정족수 완화 또는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3%룰 폐지 등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주주 의결권 보장과 상장사의 경영 효율성을 아우르는 접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한 당근책과 함께 기업이 부담스러워 하는 3%룰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