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주요 지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수 천 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경제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특정 섹터의 고용 한파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780만명에 이른 가운데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거리가 행인 없이 조용하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4일(현지시각) 시카고 대학의 베커 프리드만 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발생한 일자리 손실 가운데 42%가 영구적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실직자가 400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기업의 대규모 감원이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수 천만개의 일자리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의 조사에서도 2월부터 5월 사이 사라진 일자리 가운데 30% 가량은 복구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팬데믹 사태 이후 발생한 감원 가운데 50% 가량은 경제 셧다운과 수요 쇼크에서 비롯됐고, 30% 가량은 구조재편 쇼크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진단이다. 나머지 20%의 경우 급여보다 실업수당이 더 많은 제도적 헛점이 구직 활동을 저해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5월 예상치 않은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에서 보듯 미국 고용 시장이 초기에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빠른 회복을 보일 전망이지만 이후 영속적인 고용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특히 서비스 업종의 고용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아마존을 앞세운 전자상거래 시장에 위협 받는 오프라인 소매 업게와 레저, 교육, 외식, 헬스케어 섹터에서 일하다 팬데믹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재취업할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을 포함한 주요 지역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섰지만 팬데믹 사태 이전과 같은 정상화를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데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대대적인 산업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충격이 고용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제 석학들은 경고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니콜라스 블룸 경제학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구조재편 쇼크(reallocation shock)'가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일부 업종에 복구하기 힘든 흠집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BS와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일 연준은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9.3%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5월 수치인 13.3%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영구적인 일자리 손실은 민간 소비를 압박하는 한편 경제 성장 회복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위 슈퍼 부양책을 동원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는 과거의 경우와 상이하고, 기업의 줄도산과 이에 따른 대규모 실직 한파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