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대체인력 없어...쉬기 눈치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모 기업 사무실 청소부로 일하는 A(62)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로 사실상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사무실 소독을 오전·오후 각 2번씩 총 4번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오전 6시쯤 출근해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소독을 위해 3번 더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문제는 A씨가 쉴 경우 대체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A씨는 "휴가를 쓰면 사무실을 청소할 사람이 없어 휴가 쓰기가 눈치 보인다"며 "아프면 3~4일 쉬라는데, 얘기를 꺼낼 엄두도 못 낸다"고 전했다.
[부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 부천시 쿠팡 부천 물류센터 입구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0.05.28 mironj19@newspim.com |
2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 소재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아프면 3~4일 집에서 머물기' 등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날 0시 기준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69명이다.
A씨와 같은 청소 노동자 등은 아프면 쉰다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보통 용역회사 소속으로 '외주직원'이기 때문이다. 회사 요구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다음 계약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A씨와 같은 외주직원뿐만 아니라 일용직·계약직도 아프면 쉬기 수칙을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면 3~4일 쉬기라는 지침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이라고 국민들이 답변했고, 저희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직원 3670명 중 정규직은 98명으로 전체 2.7%에 그쳤다. 계약직은 984명, 일용직은 2588명, 외주직원은 120명이었다.
모 콜센터 계약직 상담사로 일하는 B씨는 "출근했는데 몸에 열이 오르고 기침도 나서 걱정된다고 했더니 팀장이 못 들은 척 한다"며 "미리 연차를 내라고 하는데, 미리 아플지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전 3개월 평균임금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대책이 제시되고 있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일용직은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쉬지 못한다"며 "쿠팡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몸아 아파 쉬게 될 경우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게 했다면 어땠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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