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디자인이냐 예술이냐를 정해 나눌 필요도 없다. 이광호가 만든 무엇이 되길 바란다."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고 있는 이광호 작가가 설치미술가로서 여는 첫 전시 'Composition in Blue(푸른 구성)'를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연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광호 작가 2020.05.27 89hklee@newspim.com |
이광호 작가는 이미 마니아층을 가진 가구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로비에 있는 푸른색, 붉은색의 큐브 형태의 굵은 실 매듭 소파(?)도 그의 작품이다.
작가가 예술을 바라보는 철학은 다각적이다. 모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 작품 감상은 물론 공간배치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이광호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의자'라고 하면 의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앉는 이유는 "앉을 수 있는 높이이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예술 철학을 설명했다.
큐브 형태에 매듭을 지어 씌운 형태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매듭형 작품이나 아모레퍼시픽 내 소파 형태의 작품은 3차원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가는 "다양하게 선을 쓰고 싶었다. 어디까지 이 패턴으로 갈 수 있을까, 기술의 끝을 가보고 싶었다"며 "면으로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짜는 거라 생각하지 않고 매듭을 연속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볼 때 행위를 이끄는 건 '모양'보다 작품의 '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위를 일으키는 건 모양이 아니라 사이즈다. 돌멩이가 평평하지 않아서 앉을 수 없다고 하는데 높이가 낮아지면 앉을 수 있다. 이렇게 크기가 자연스러운 행위를 이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전경 2020.05.27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에서는 이광호 작가의 대표적 가구 연작인 '짜기' 기법 연작이 아닌 '적동과 칠보'를 사용한 메탈 연작을 순수 미술인 설치작업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일상에서 본듯한 모양을 가졌다는 점이지만, 작가가 집중한 작품의 물성에 초점을 맞춰보면 보다 다양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가는 또 창조성 중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재료 자체가 가진 물성과 내재적 특성을 탐구한다고 피력했다. 정육면체, 벽돌 또는 물결 모양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조합된 적색 동판이나 파이프는 열로 붙이는 과정에서 본래 구리색을 잃게 되는데 이 작가는 여기에 푸른색 칠보를 발라 700~800도의 가마에서 구워 동판의 성질을 들여다본다. 구운 동면은 산화되면서 붉거나 색이 벗겨지는 등 변모한다. 이러한 우연한 경험을 거치면서 제어할 수 있는 문양과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도 익히게 됐다. 언뜻 보면 벽돌처럼 보이지만 이는 동판이 열에 가해질 때 나타나는 물질의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작가는 이날 간담회장 한 켠에 놓인 의자 형태의 작품 'Skin Series'(2010)를 가리키며 "형태가 의자처럼 보이지만 저는 기성으로 나오는 동판을 최소 단위로 잘랐을 때 조합이 가능한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동에 200~300도 사이의 열을 가하면 저와 같은 열착색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전경 2020.05.27 89hklee@newspim.com |
설치미술가로 영역을 넓힌 이광호 작가는 "디자인이냐 예술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예술이다'란 말이 절로 나오지 않나. 만들어내는 것들의 영역을 정하다거나 혹은 내가 오늘은 디자이너, 내일은 예술가란 식으로 나눌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 전시된 이광호 작가의 작품을 보고 그에게 설치미술가로서 한 발 더 도약할 기회를 제안했다. 그렇게 이광호 작가는 리안갤러리의 다섯 번째 전속 작가로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안혜령 대표는 "이광호 작가는 이미 해외에서 유명하다. 디자인페어도 참가하고 있다. 조명, 가구도 제작하다 보니 인기가 많다. 젊은 작가이면서 에너지가 넘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량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40대 작가 중 아주 비전 있다. 디자이너보다 설치작가로 대성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리안에 전속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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