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P-CBO 매입 범위, 싱글에이급 여전채까지 확대
비우량 회사채매입 SPV 운영안 이달내 발표, 자본시장 촉각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자금 조달 시장 경색을 풀어줄 조치가 시급해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안정펀드를 비롯한 P-CBO·회사채 신속인수제·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 특별법인(SPV) 가동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이번 달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한 기업은 16개에 이른다. 평소 등급평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AA급 이상의 우량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2020년 1월 1일부터 5월 19일까지 국내 기업 등급 변화 동향. 2020.05.19 lovus23@newspim.com |
운송 및 항공 수요 감소로 직격타를 맞은 정유업계는 등급전망이 대거 하향조정됐다. 한신평은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AA+), SK에너지(AA+), 에쓰오일(AA+), SK인천석유화학(AA-)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현대오일뱅크(AA-)는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14일 한화에너지(AA-)와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A+)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포스코(AA+)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 한신평도 뒤따라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내렸다.
등급전망 조정은 실제 레이팅 액션 전 나오는 '옐로카드'라고 볼 수 있다. 시장은 코로나19가 직접 영향을 미친 2분기(4~6월) 기업 실적이 발표되면 신용등급 강등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적어도 6월 전까진 회사채 지원 방안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금융당국의 지원책에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 1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 여전채 매입대상 하한이 AA-급에서 A+급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P-CBO를 통해 6월 말부터 A-급 이상의 여전채도 포함해 지원하기로 했다.
김민정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당초 채안펀드 지원범위가 AA급에 국한돼 'A급이 사각지대로 남았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지원범위 확대는 시장에선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것 같다. 이 가운데 지원범위를 확대한 채안펀드가 차환물량의 50%를 사준다면 발행시장도 우호적인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전 유통시장에 온기가 전달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급 여전채는 4개 종목에 불과한 탓에 이날 여전채 금리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날 해당 등급 중 메리츠캐피탈의 1년미만 물은 400개가 거래되는데 그쳤다.
시장에선 채안펀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일반 회사채 지원책들도 신속히 가동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BBB-급 이상을 지원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6월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은이 상환액 중 80%를 인수해 이를 다시 신보와 채권은행, 회사채안정화펀드가 나눠 인수한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2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SPV의 운영 계획은 이번달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은과 기재부는 SPV 유동성 조달과 지원대상 선정 방식 등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예고된 20조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김상만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SPV가 가동되면 투심은 일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들이 펀터멘탈 충격을 얼마나 고려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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