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이익 논할 단계 아냐, 국내 반도체 악영향 확실"
"미국 상무부 세부 개정안 내용 발표 예의주시해야"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대표 IT 기업 화웨이를 초강도로 압박하는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들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봤으며, 주가 역시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화웨이를 둘러싸고 맞붙은 가운데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의 주가는 엇갈렸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8%(800원) 내린 8만1100원에 거래를 마친 반면, 삼성전자는 1.99%(950원) 상승한 4만8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2.89%), 퀄컴(-5.13%)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저해하려는 화웨이의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외국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조되는 반도체가 화웨이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결국 이날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중국 화웨이로부터의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미 수주한 물량에 대해서는 9월 중순까지 통상대로 출하가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수출 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TSMC의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 화웨이는 완제품 제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5월 미국이 자국 기업인 퀄컴, 마이크론 등 반도체 공급을 끊으면서, 화웨이는 TSMC와의 거래를 생명선으로 여겨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업체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세부 개정안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매 못하면 결국에는 화웨이의 완제품 생산계획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메모리 수요 공백으로 이어지고, 안 좋은 영향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며 "TSMC의 일부 공백을 국내 업체가 가져갈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제재 세부 사항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서 단정적으로 반사이익을 본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 마이크론은 반도체 제재로 인한 주가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역시 주가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스마트폰 생산 세계 3위 화웨이가 TSMC에서조차 반도체를 조달받지 못하면 나머지 메모리 반도체 역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다른 부품이 없으면 그만큼 완제품의 생산이 줄어드니까 메모리 반도체도 필요가 없다. 공급과잉이 나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갈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완제품 쪽의 수혜 영향은 있겠지만,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막히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