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고점찍고 내리막길...작년 적자전환
中 시장 카피 못 막아...IPO·매각 '갈팡질팡'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BTS(방탄소년단) 마스크팩으로 승승장구하던 엘앤피코스메틱이 적자 수렁에 빠졌다. 중국 시장서 '메디힐' 마스크팩 인기가 하락하며 2017년부터 실적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다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권오섭 회장이 '마녀공장' 지분을 인수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으나 매출이 1000억원대 급감하면서 2016년부터 추진한 IPO(기업공개) 계획도 요원해진 상태다.
◆작년 적자 134억...최대규모 판관비에도 中 시장 회복 불가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 1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2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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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피코스메틱 실적 추이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5.08 hrgu90@newspim.com |
BTS 마스크팩이 완판 행진을 거듭했음에도 전체 실적 방어엔 실패했다. 메디힐 BTS 마스크팩 에디션은 작년 하반기 판매가 되기 무섭게 10분 내로 매진된 제품이다. BTS를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 엘앤피코스메틱은 역대 최대규모 판관비(1250억원)를 집행하기도 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줄곧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K-뷰티 인기 확산으로 2013년 91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6년 4015억원까지 성장했으나 지난 3년간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메디힐 마스크팩 단일 품목에 의존했던 실적 거품이 꺼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마스크팩은 제조 기술이 단순해 진입장벽이 낮은 제품"이라며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도 곧바로 카피 제품이 생산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쉽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 '제이준' 마스크팩의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제이준코스메틱은 '블랙 물광 마스크팩'으로 2018년 매출 1320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매출 526억원, 영업손실 5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조원대 IPO 추진 요원...매각으로 선회했나?
실적 급감으로 2016년부터 추진한 IPO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매출 고점을 찍었던 2016년에 IPO를 추진했으나, 사드 사태로 상장 계획을 연기한 바 있다.
상장 추진 시 기대했던 밸류에이션은 2조원대이나, 현재 가치는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6년 대비 엘앤피코스메틱의 순이익이 급감했고 동종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떨어지면서 희망공모가도 맞추기 어렵단 의견이다.
실적 회복을 위해 엘앤피코스메틱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2018년 색조화장품 자회사 '메이크힐'을 설립했으며, 같은 해 말 마녀공장 지분 70%를 인수했다. 지난해 스킨푸드 인수전에 뛰어들며 로드숍 영업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IPO를 통한 자금 확보가 요원해지자 권오섭 회장이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엘앤피코스메틱 실적 급감은 기초체력 대비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던 결과"라며 "지분 매각을 희망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