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걸 전 특감반장, 8일 법정서 유재수 감찰무마 경위 증언
"여기저기서 구명활동…여권 실세 건드린 것 같아 두려웠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시절 수천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사건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증인으로 출석한 이인걸(47)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은 "여기저기서 구명활동이 들어와 심적으로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54)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52)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반장은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감반의 감찰 착수와 갑작스럽게 감찰이 중단된 경위를 자세하게 증언했다.
그는 "특감반원 이모 씨가 유재수에 대한 비위 보고서를 작성해왔고, 데스크를 통해 제게 보고했는데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돼서 반부패비서관과 수석의 승인을 거쳐 감찰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유 전 부시장이 불상의 업체로부터 기사가 딸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해외 체류중인 가족들의 항공료를 대납 받았다는 취지의 비위 의혹이 담겼다.
이 전 반장에 따르면 이같은 비위 내용을 박형철 전 비서관에게 보고하자 "그래, 해보자"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역시 해보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관련 보고를 4번 이상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받아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이 전 반장은 "포렌식을 해보니 유재수가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국회의원 당선인), 김경수 경남지사 등 정부 실세인 사람들이 있어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유재수가 김경수, 윤건영과 함께 금융위 상임위원을 누구로 할지 인사를 논의하기도 하고 여당 의원 얘기도 해서 실세라는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많은 전화가 와 '생각보다 더 실세구나' 하는 압박이 들어 특감반장으로서 (감찰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0.05.08 mironj19@newspim.com |
특히 "천경득 전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저녁을 먹는 와중에 '유재수는 정부에 도움이 되는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천 전 행정관이 '유재수는 우리 편이다. 금융권을 장악하려면 유재수가 필요하니 봐주면 안 되겠느냐. 정부 출범이 얼마 안 돼 국장을 감찰해 날리면 좋지 않다' 등의 말을 하면서 감찰 중단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전 반장은 "그런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여권의 구명활동이 계속되자 특감반을 총괄하는 박형철 전 비서관은 그에게 "보고서를 세게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전 반장은 "당시 상황이 '별거 아닌데 시끄럽게 하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저도, 박 전 비서관도 이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대한 사안임을 (조국) 수석에게 알려야 되겠다 싶어 세게 쓰라고 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박형철 피고인도 유재수 감찰이 민정수석실의 외압으로 무마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저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답했다.
유 전 부시장은 특감반 문답조사에서 해당 의혹을 모두 부인했고, 이후 항공권 결재자료나 체류비 지출내역 등 해명자료를 구체적으로 요구하자 초반 1~2회만 제출하고 병가를 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 전 반장은 "병가를 갔다고 하니 의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1년 6개월을 특감반장으로 근무하면서 유재수처럼 감찰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감찰무마를 시도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했다.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낸 후로 이 전 반장에게 '홀딩하고 있으라(중단하고 있으라)'고 했다가 이후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낸다고 하니 감찰할 필요가 없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전 반장은 "너무 실세를 건드린 게 아닌가 두렵기도 하고 복잡하고, 윗분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니 수석 이상 윗선에서 결정된 것이니 저도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금융위원회 간부 시절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7 pangbin@newspim.com |
결국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은 그대로 중단됐다. 명시적인 이유는 그가 곧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은 4개월이 지나서야 사표를 제출하고 명예퇴직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부임했다.
이 전 반장은 당시 감찰 중단 지시를 전하자 특감반원들이 분개했다며 욕설을 했던 것까지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특감반원들도 검찰 조사에서 '유재수가 빽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당사자는 협조도 안하고 병가냈는데 위에서는 그만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정권 실세라는 점을 이용해서 특감반 감찰을 무마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특감반 존재 이유가 유재수 같은 사람을 감찰하라고 생긴건데 이게 얼마나 정의에 반하는 것이냐'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감찰무마 의혹을 제기하자 "비위 첩보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이 전 반장은 이날 법정에서 "사실과 맞지 않은 진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확인이 돼서 근거가 약하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고, 나머지는 수수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혐의인정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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