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허위로 꾸미고 불법 체포까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찰이 주취자를 불법으로 현행범 체포하고 관련 서류까지 허위로 꾸며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에 거주하는 역무원 A씨는 지난해 6월 29일 자신의 집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에게 수차례 귀가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승강이가 벌어졌고 경찰은 'A씨가 주먹을 휘둘러 경찰관 B씨가 다쳤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던 A씨는 반성문까지 제출했으나 이후 체포 상황이 담긴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뒤 경찰이 부당하게 자신을 체포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A씨는 "경찰관의 폭력에 저항하자 부당하게 체포했고 지구대에서 약 3시간 이상 묶여 있으면서 수갑을 찬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특히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음에도 해당 경찰관이 전치 5주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A씨가 B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거주지와 신분이 확인됐음에도 불법으로 현행범 체포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경찰이 B씨가 일방적으로 A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며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이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가 B씨를 폭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B씨가 A씨를 밀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 영상을 분석해 'A씨가 마주보고 있는 B씨의 상체를 향해 왼손을 뻗자마자 B씨가 자신의 왼손을 A씨의 목 주변부로 뻗는 장면이 관찰된다'는 의견을 검찰에 회신했다. 석연찮은 구석이 발견되자 검찰은 '추가 조사할 사항이 많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인권위는 B씨의 행위를 누락한 채 일방적으로 A씨가 경찰관을 폭행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자칫 중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찰관이 A씨의 신분증을 이미 확인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임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데 현행범 체포한 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구대에서 수갑을 찬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는 A씨의 주장 역시 인정된다는 것이 인권위의 설명이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장에게 인권보호원칙을 위반해 불법 체포 등을 한 해당 경찰관들을 각각 징계, 서면경고, 주의조치 등을 할 것을 권고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