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부 감찰 자료 경찰에 안 넘겨…3차례 압수수색 영장도 반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 마무리…검찰 수사 방해 의혹도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의 전·현직 검찰 수뇌부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결국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3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영장 반려 등 검찰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경찰 수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진척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또 한 번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발휘되며, 경찰의 검찰 관련 사건 수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임은정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당시 부산고검장, 조기룡 당시 청주지검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이 이 사건에 불기소 의견을 달고 수사를 마무리한 이유는 증거 불충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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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이형석 기자 leehs@ |
임 부장검사는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윤모 검사가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김 전 총장 등이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윤 검사의 사표 수리로 무마했다며 지난해 4월 김 전 총장 등을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법무부를 비롯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일부 감찰 관련 자료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넘겨받지 못했다. 경찰은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총 3차례에 걸쳐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모두 반려했다. 경징계 사안이라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찰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윤모 검사가 선고유예 판결까지 받자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이중 잣대가 부끄럽다"고 정면으로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경찰도 검찰의 비협조에 속을 끓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물론, 영장청구권까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현행 형사사법체계로 인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지난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일반 사건에 비해 검찰 관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것은 현장에서 수사하는 모든 경찰이 느낀다"며 검찰의 영장 반려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말 출석 의사를 밝힌 조기룡 대구고검 검사를 조사했지만, 나머지 피고발인 3명에 대해서는 감찰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검찰이 넘겨주지 않은 감찰 자료 일부와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반려로 충분한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경찰은 결국 이 사건에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모 검사 고발 건과 관련해 감찰 기록, 사건 기록을 확인해야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되는데, 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었다"며 "현재 상태에서 경찰이 갖고 있는 자료와 고발인 진술을 토대로 법률적 판단을 해봤는데 증거가 불충분해 불기소 송치했다"고 토로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사이에 둔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앞서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건 처리 문제를 두고 당시 검찰 간부들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바 있다. 검찰의 계속된 경찰 신청 영장 반려에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수사방해권'으로 남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임 부장검사는 전날인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내 성비위 무마 의혹을 받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사들을 고발한 사건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검사는 치외법권의 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