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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손배소' 故 배춘희 할머니, 4년여 만에 재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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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반인권적 불법 행위, 주권면제론 적용 안돼"
법원 "이태리 '페리니 사건' 판결문 등 논거 보완해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고(故) 곽예남 할머니에 이어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배춘희 씨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지난 2016년 1월 법원에 접수된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처음 열렸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6차 정기 수요 집회에서 소녀상 위에 꽃이 놓여져 있다. 2019.09.25 dlsgur9757@newspim.com

원고 측 변호인은 "일본의 만행은 국제법상 반인권적 불법 행위로 주권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며 "일본은 피해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권면제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관할권에 따르지 않는다는 일종의 국제법상 관습이다.

이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국가 간 무력 충돌의 경우에만 주권면제가 적용된다고 한다"며 "당시 1936년 중일전쟁부터 일본이 패망한 1945년까지 한반도 내에는 일본군이나 조선총독부와 대응할 무력이 없었다"고도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징용 판결에서 반인도적 행위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일본 위안부 사건은 강제동원보다 보다 더 본질적이고 비견할 수 없는 인권침해로 상대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피해자에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남의 국가에 대한 재판권 행사에서 국가면제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큰 쟁점이다"며 "특히 반인권·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해 주권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페리니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독일이 ICJ에 재소해 주권면제가 인정됐지만 여기서 나온 소수 의견이 원고들이 주장하는 주권면제 문제의 주요 논거로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판결문에 대한 번역본이나 법률적으로 주권면제 문제를 뒷받침할 논문 등 자료를 통해 논거를 뒷받침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일본군 위안부에) 동원됐는지 내용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며 "구체적 특정까지는 어려워도 대략적인 일시 및 장소 등이 입증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 소송은 2016년 1월 제기됐지만 그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법원행정처가 보낸 소장 등 소송 서류 접수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

헤이그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재판 진행 제도다.

법원은 올해 1월 30일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이후 일본 측에 소장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효력이 발생해 4년여 만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또 다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피해자인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의 손해배상 소송도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도 법원의 공시송달 명령을 통해 지난해 11월 비로소 소송 제기 이후 3년 만에 재판이 열렸다.

배춘희 할머니 등의 다음 재판은 5월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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