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팩트체크] '디지털성범죄'에 잠입수사 허용...함정수사와 차이는?

기사입력 : 2020년04월24일 14:34

최종수정 : 2020년04월24일 14:35

성착취물 구매자인 척 위장해 판매자 잡으면 '합법'
성착취물 소지 및 시청하도록 유도한 뒤 체포하면 '위법'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정부가 경찰의 잠입수사를 허용하는 등의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자칫 함정수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이 잠입수사를 빙자해 덫을 놓는 방식의 불법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잠입수사는 법원에서도 허용하는 고도의 수사기법인 반면 함정수사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 '잠입수사' 왜 필요할까?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여개 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지능화되는 범행 수법에 맞춰 수사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하연 경찰청 차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수어통역,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 2020.04.23 dlsgur9757@newspim.com

경찰청은 이번 대책 발표에서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등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며 "이에 따라 탐지 및 적발이 용이하도록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수사하는 잠입수사를 디지털 성범죄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수사관 보호와 잠입수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의 증거능력을 위해 법률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잠입수사는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얻는 수사 방식으로 주로 마약 관련 수사에 활용된다.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신분을 속여 마약 거래상에게 접근한 뒤 증거물을 수집해 일당을 붙잡는 식이다. 마약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범행수법도 지능적인 탓에 잠입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경찰은 모바일 채팅앱에 미성년자인 척 계정을 만들어 성매수자를 잡아내기 위해 잠입수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잠입수사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법원도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과 검찰 안팎에선 '잠입수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수사관이 잠입수사에 나섰다가 오히려 위법수사로 판단돼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로서는 잠입수사를 벌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수사관 보호를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서도 잠입수사를 협소하게 판단하다 보니 피의자가 이를 이용해 재판에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법원이 경찰의 수사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도 상실되고 피의자도 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적법이냐 위법이냐' 기준은?

법원이 잠입수사와 함정수사의 차이는 '범의 유발' 여부다. 범의는 범행을 저지를 의도라는 뜻으로 법원이 함정수사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접근해 범행을 부추겼다면 잠입수사가 아닌 함정수사다. 가령, 자신이 마약 판매상인 것처럼 꾸며 투약자에게 접근해 체포한다면 위법이다. 미성년자인 척 속여 성매수자를 잡는 수사도 여전히 함정수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9일 법무부는 전날 대검 검사급 검사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오는 13일자로 단행했다. 윤석열 총장을 직속 상관으로 두고 있는 강남일 대검 차장과 그 아래 대검 부장검사 7명은 모두 일선 검찰청으로 발령났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위법·적법 수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함정수사를 처음 인정한 대법원의 2005년 판례를 살펴봐야 한다. 검찰은 2000년대 초 정보원 A씨를 통해 B씨에게 '수사에 필요하니 필로폰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B씨는 중국으로 넘어가 필로폰을 구입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검찰은 돌연 B씨가 마약을 밀반입했다며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재판에서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해올 생각이 없었는데 검찰과 정보원의 이른바 '작업'에 의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부는 함정수사에 대해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해 범의를 유발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후 이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검찰과 정보원의 범행 유발행위 이전에 B씨가 중국으로부터 필로폰을 수입하려는 구체적인 범의가 있었다거나 이외에 다른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n번방 사건으로 바꿔 생각하면 수사관이 신분을 속이고 텔레그램에 접속해 이용자에게 성착취물을 내려받게 하거나 시청하도록 유도한 후 붙잡는다면 함정수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향후 수사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디지털성범죄 잠입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적법한 잠입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에 있다"며 "법률 개정도 추진해 제도 내에서 적절한 잠입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사진
내란특검, 尹재판 증인 72명 신청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증인 72명을 추가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 [사진=뉴스핌DB] 특검 측은 앞서 1차로 38명의 증인을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증인 72명을 추가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열릴 10차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고 전 처장에 이어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 김영권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을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 전산실 통제와 서버 확보를 지시받은 인물이며 김 부대장은 비상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을 당시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절차가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특검은 "법과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sykim@newspim.com 2025-07-03 20:47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