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VOA 인터뷰
"美, 과거 한국과도 논의…현재 한국 정부와 논의는 알지 못해"
"김정은 사망해도 정권붕괴는 안 될 것…계승자로는 김여정 유력"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 대응 계획을 오래 전부터 수립, 한국과도 긴밀히 조율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 내 군사 작전에서 인도주의 지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상계획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 2020.01.01 |
세이모어 전 조정관이 언급한 비상계획은 쿠데타와 핵무기 유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이다.
그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북한 정권의 붕괴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문서화 해놨다"며 "가령 북한에서 소요가 발생한다든지, 평양에서 쿠데타가 발생한다든지, 이런 변화를 상정한 비상 계획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상황이 되면 엄청난 불확실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평양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비무장지대(DMZ) 북쪽의 북한군이 미국과 한국군의 진입을 허용할지, 아니면 저항할지, 이처럼 정권 붕괴의 경우 수많은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비상계획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현실을 반영해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 한국 정부는 비상계획 거론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적 있는데, 한국은 그럴만 했다"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유출될 경우 평양에서는 정권 교체 준비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며 "중국은 북한의 비상사태 발생으로 인한 잠재적 위협을 인식하고 있고 그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똑같은 이유로 중국 정부도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그런 사실이 새나가면 북한이 이를 중국의 적대 행위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과거에 한국과 미국이 전문관리급에서 활발히 협력한 것은 사실이고, 일본과도 위기 발생 시 주일미군 사용 여부 등을 놓고 어느 정도 논의를 했다"며 "다만 현 한국 정부와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뉴스핌 DB] |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유고 시 권력 계승자로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김 위원장 유고 시 정권 붕괴 가능성과 그럴 경우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나는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것으로 우려하진 않는다. 북한은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 사망 직후에는 미국이나 중국, 한국 등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북한 엘리트층도 외부 세계에 대해 그런 식으로 공동 대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하지만 새 지도자는 김 위원장처럼 지배적인 입지를 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권력 분점 구도가 될 수 있고 정책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인 독주체제가 계속되지 않으면 그만큼 과단성 있는 행동을 하기 어려워지기는 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정권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김여정 부부장은 나이가 젊고 여성이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새 지도자로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며 "김정은의 아들이 성장할 때까지 적어도 섭정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