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EX WTI원유선물(H), 괴리율 30%대 도달
국제유가 변동성이 거래소 상하한폭 넘겨
"가격왜곡 장기화 가능성 낮다" 전망 속
롤오버시 최근월물 투자 방식 변경 여부 관심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국제유가 폭락으로 유가 연계 파생상품 관련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덜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상장지수펀드(ETF) 괴리율도 빠르게 상승하며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WTI원유선물(H)은 하한가를 기록하며 3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1695원(29.97%) 내린 것은 물론 최근 8거래일 연속 약세가 이어진 것이다.
[사진=삼성자산운용 홈페이지] |
이날 폭락은 개장 전부터 일찌감치 예견됐다. 전날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새벽 6월물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마저 나란히 배럴당 20달러를 하회하는 등 국제 원유시장에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유 상장지수증권(ETN)과 달리 괴리율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원유ETF마저 괴리율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날 하한가에 진입한 KODEX WTI 원유선물(H)의 기준가는 전날보다 46.94% 빠진 2927원까지 추락해 괴리율이 35.29%까지 확대됐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WTI 원유선물(H)은 대표적인 원유선물ETF로 분류된다. WTI 원유 선물 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를 추종한다.
똑같이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지만 파생결합증권인 ETN과 달리 펀드로 분류돼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 또는 손실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롤오버시 최근월물에 투자해 현물과 상관관계를 높여 유가의 움직임을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거래소 상하한가 규정 이상으로 폭락하면서 괴리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최근 원유 선물 시장은 근월물보다 원월물이 월등하게 비싼 '슈퍼콘탱코(Super Contango)'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실제 선물 만기가 도달하기 전 매달 5일째 영업일에서 9일째 영업일 사이 롤오버를 마친다. 이때문에 KODEX는 이달 중순 5월물에서 6월물로 이연을 마치고 현재는 6월물을 편입하고 있다. 5월물이 만기 직전 마이너스까지 하락한데 이어 최근 6월물 역시 급락세를 보이면서 6월물 가치에 연동된 'KODEX WTI원유선물 ETF'의 순자산가치(NAV)도 급락했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자산운용이 해당 상품의 롤오버 운용방식 변경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단 회사 측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가능성을 타진한 것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유가 급락 기조가 지속될 경우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일일 변동성이 30%를 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원유ETF의 괴리율 문제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가 10달러 미만으로 내려가거나 롤오버 비용 발생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질 수는 있으나, 레버리지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ETN과 같은 '가격 거품' 문제가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또 다른 원유 ETF 상품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전날보다 300원(18.18%) 내린 1350원을 기록해 기준가격인 1359.7원보다 낮은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유 과정에서 투자자가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ETN과 달리 원유ETF는 투자한 자산 내에서만 손실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ETN처럼 가격왜곡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손실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