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후에도 계속해서 수갑 채워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수갑 등 경찰장구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수갑을 채운 것이 신체의 자유와 방어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았다. 공장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접수됐으니 조사에 응하라는 내용이었다.
부인과 단 둘이 공장을 운영하던 A씨는 "아내와 둘이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8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이 과정에서 A씨는 영장을 집행하는 근로감독관에게 "아내와 장모 앞이니 강제연행 말고 스스로 동행하겠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이를 거부하고 A씨에게 양손 수갑을 채워 민원조사실로 연행했다.
A씨는 '도주하지 않겠다'며 재차 수갑 해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뒤따라 온 A씨 아내도 민원실 직원에게 "아내와 함께 있는 사람이 설마 도망가겠느냐"며 "수갑만이라도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
결국 A씨는 수갑 사용과 관련한 판례와 인권위 결정례를 직접 제시한 끝에야 겨우 수갑을 벗을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임금체불 관련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들 앞에서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조사실에 도착한 후에도 수갑을 채우고 있던 것은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근로감독관은 인권위에 "경찰서와 달리 고용노동부 민원조사실은 유치장이 구비돼 있지 않고 출입이 쉬운 개방 건물이어서 일반적으로 조사 전에 수갑을 풀어주지 않는다"며 "조사를 시작한 이후 A씨가 도주하지 않는다고 해 검토 후 수갑을 풀어주고 진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도주에 취약한 건물의 특성은 A씨와는 관련 없는 이유이고 수갑 사용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해당 근로감독관이 현행 '고용노동부 수갑 사용에 관한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 지침은 '피의자가 자해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에만 수갑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감독관에게 경찰장구 사용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과 근로감독관의 수갑 사용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사례전파를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단계에서 수갑을 사용한 것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부당하게 수갑을 사용한 것으로 봤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방어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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