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뉴스핌] 이민 기자 = "소중한 우리의 전통공예 미학과 기술을 계승키 위한 제도 교육 내의 커리큘럼 정착이 절실합니다"
봄볕이 따사로운 21일 오후 고풍이 물씬 풍기는 아담하고 정갈한 기와집을 찾았다. 바로 옆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작업실엔 수많은 공예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늘 접하던 그런 작품이 아닌 색다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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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희 공예가[사진=안동시] |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의 '쇠노리공방'을 찾아 전통 '장석'과 씨름하고 있는 박찬희(여.53) 공예가를 만났다.
금속공예는 철, 금, 은, 동, 청동, 아연 등의 금속재료를 사용해서 일상생활과 신앙생활 등에 필요한 꾸미개와 도구 등을 만드는 일, 또는 그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금속공예 작업방식은 '단조'(금속판을 두드리는 방법)와 '투각'(금속판을 톱으로 잘라내는 방법), '조금'(정으로 쪼아 표면에 문양을 새기거나 다른 금속선을 삽입시키는 방법) , '주물'(금속을 녹여 형틀에 부어 만듦) 등으로 구분된다.
박 공예가는 장신구 작가이다. 전통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 현대적인 장신구로 발전시키고 싶어 고민했다.
금속재료만으로 표현되어온 것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보고 싶어 은 위에다 전통 한지를 입히고 옻칠을 하는 방식을 살려 색과 질감을 다르게 나타냈다.
박 공예가는 "진정한 전통은 그저 기술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는 작업을 하면서 몇 년 전부터는 목가구의 장석을 장신구에 응용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가치를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 공예가는 지난 1986년도 대구대학교 공예과에 입학하고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금속공예의 매력에 빠졌다며 환하게 웃는다.
졸업 후, 바로 대구에서 꽤 잘나가는 금은방에 입사했다. 거기서 매장청소, 제품판매 등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지만 매일 심부름 다니던 귀금속공장에서 수리, 제작 등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익힐 수 있었다.
현장에서 어깨너머 익힌 기본기가 박 공예가를 금속공예가의 길로 이끌었다.
박 공예가는 우리 장신구의 멋과 기술에 실용적 디자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1993년에 홍익대학교 대학원 귀금속장신구과로 진학했고 우연히 금속공예 전시장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 후 직접 금은방을 운영하게 됐다.
금속공예의 길을 둘이 함께 걸어가자는 약속으로 결혼했지만, 가정생활과 육아문제, 주얼리샵 운영 등 현실여건은 만만치 않았다.
배움의 욕심도, 작가의 꿈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무작정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결국 12년만인 2008년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어 모교인 대구대학교에서 2018년도에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편이자 금속공예가인 임방호 작가가 2011년도에 고용노동부 금속패물 분야의 '대한민국전통기능전승자'가 되면서 계승자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박 공예가는 2011 대한민국 전통기능 금속패물부분 11-1호계승자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장석 연구'를 위해 문화재 수리기능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박 공예가는 우리의 전통공예의 탁월성과 예술성을 널리 알리고 계승.보전키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교육 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공예가는 이를 위해 지난 2018년 후진양성을 위해 미술교육대학원을 마치고 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
후학 양성을 위한 제도적 교육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박 공예가는 지난 2008년부터 대구대학교 생활조형디자인과 겸임교수와 안동대학교 미술교육 대학원 외래강사로 출강하는 한편, 안동 성희여고와 영문고등학교에서 미술실기 교사로 후학 양성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박 공예가는 지난 2017 제36회 대구광역시 공예품대전 심사위원과 2019 경북도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직종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박 공예가는 "현재 교육정책은 미술 관련 대학조차도 취업 위주로 진행돼 전통 금속공예의 계승은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리 조상이 이룬 공예의 멋과 기술을 이어갈 후학을 양성해 공예를 계승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작가로서 전통기술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을 위한 실용적인 전통장신구 디자인 개발에 천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lm80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