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네트워크 발족…"경찰 권한 분산·축소 및 민주적 통제 강화"
11만명 경찰 조직 대단히 막강…자치경찰제, 다양한 의견 수렴해 논의해야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비대화 우려가 있는 경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도입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기존 경찰 업무와의 중복으로 업무 회피 가능성이 크고, 주요 기능을 기존 경찰이 담당해 예속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 주최로 21일 열린 '경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자치경찰제를 경찰의 국가 권력 분산의 대안으로 본다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존 경찰과 업무가 중복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서로 업무를 회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경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경찰권력 축소 및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손 팻말을 들고 있다. 2020.04.21 alwaysame@newspim.com |
자치경찰제는 교통·가정폭력·경비 등 기존 경찰의 업무 일부를 자치경찰에 줘 국가경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이 추진 중이다. 현재 제주에서 시범 시행 중이지만 관련 법안(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3월 발의 이후 아직 소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병욱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가경찰의 수사 범위를 최소화하고 자치경찰의 수사 범위를 최대화하는 경우 수사사무가 주민에 근접하도록 설계돼 민주성의 요구에는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면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등 지방정치 세력이 자치경찰 수사에 관여해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 역시 경찰 사무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제왕적 도지사 등으로 불리는 광역자치단체장의 권한 비대화, 경찰 권한의 정치적 남용 가능성이 견제될 수 있을 때 공정성과 형평성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역시 "경찰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치경찰제는 민생 치안력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불명확하고 오히려 경찰제도의 복잡화로 치안역량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 모든 경찰업무와 관련해 계획,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하고 주요 기능을 국가경찰이 수행하도록 설정해 자치경찰의 예속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수사본부 도입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국가수사본부 역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방직 전문가인 본부장이 소속 경찰을 지휘·감독하도록 해 경찰 수뇌부 등 외부의 수사 개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립을 추진 중인 조직이다. 지난해 5월 여당·정부·청와대가 내놓은 경찰개혁 방안과 여당의 경찰법 개정안에서 언급된 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발족한 '책임수사추진본부'에서 추진 중이다.
이 총무위원장은 "수사경찰과 일반경찰을 나누고 수사본부를 만들어 일반경찰 등의 조직에 대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만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본부장 선발을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장이 수사본부장 선발권을 갖게 될 경우 독립적인 인사를 선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오 변호사는 경찰법 개정안과 관련해 "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및 국가수사본부장의 역할과 지위, 경찰청 및 경찰청장의 역할·지위 관계를 살펴볼 때 국가수사본부의 실체가 모호하며 개정안이 수사업무에 대한 관여 금지라는 도입 취지를 달성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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