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해외 관광객 급감에다 일본인도 국내여행 삼가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관광지가 입는 타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20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외국 관광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이 급감한 데다, 일본인들도 국내 여행을 자제하는 탓이다. 3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교토(京都)부 기요미즈데라(清水寺)의 참배길은 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다. 하지만 현재 이 길을 오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일본인이다.
고객의 9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던 참배길 주변의 한 가게의 주인(69)은 "3월 들어 매상이 작년의 10% 이하가 됐다"며 "부모님 세대부터 (가게를) 운영했지만 이렇게 심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가게를 지탱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쿄 아사쿠사(浅草) 센소지(浅草寺)의 카미나리몬(雷門)을 지나고 있다. 2020.01.31 goldendog@newspim.com |
교토시 관광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주요 호텔에 숙박한 고객 중 외국인은 46.9%를 차지했다.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였지만, 객실 전체 가동율은 82.3%로 최저치였다. 방일 관광객을 겨냥해 숙박업에 진출하는 가게가 속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는 교토시내에 1박에 1000엔대로 묵을 수 있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교토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등 약 130여개의 숙박업체가 가입한 교토간이숙소연맹 좃에 따르면, 70개사 가운데 지난달 객실 가동율이 20% 미만이라고 답한 곳은 47%에 달했다. 이미 폐업을 결정했거나, 상황이 계속되면 향후 폐업 혹은 임대업 전환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곳도 절반을 넘겼다.
가와구치(河口)호가 위치한 야마나시(山梨)현의 후지카와구치코마치(富士河口湖町)는 방일 관광객에 더해 일본인 관광객 감소가 겹쳐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 측은 지역 내 숙박비를 보조하기 위한 예산 1억5000만엔을 새해 추경예산에 계상할 방침이다.
담당자는 신문 취재에서 "후지카와구치코마치 마을은 관광 산업이 주된 곳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낙폭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모노에 마스크를 쓰고 도쿄 아사쿠사를 방문한 관광객. 2020.02.1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입국제한 완화돼도 관광객 돌아오기까진 시간 걸려"
관광객 급감의 여파는 숙박업과 음식점 뿐만 아니라 항공업계까지 미치고 있지만 타격이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 3월 15~21일 간 국제선 편수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1월 20일 시점과 비교해 약 66% 줄었다. 한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등을 연결하는 세계 각지 항공편을 포함한 수치다.
일본 국내 항공사 19개로 구성된 정기항공협회는 일본 항공업계의 수입 감소폭이 2~4월에 걸쳐 약 3000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2009년 리먼 쇼크 당시 입은 연간 손해액과 비슷한 규모다.
일본인들이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도 향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여행업협회에 따르며, 주요 여행회사 10개사의 3~4월 예약은 일본인 포함 전년 동기비 70% 감소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일본호텔협회는 "3월 매출 전망은 지난해 대비 69% 감소", 일본여관협회는 "3~5월 예약 인원 수는 전년비 약 40% 감소"라고 보고했다.
나루세 미치노리(成瀬道紀) 일본총연 부주임여구원은 감염방지 대책이 강화된 3월의 일본 관광객의 소비액은 지난해 대비 약 3000억엔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입국제한을 시작하면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나루세 부주임은 "만일 일본에 대한 입국을 완화한다고 해도 관광객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