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색 당시 파쇄 도운 직장 후배 증언
"잘린 종잇조각들, 종이상자 2박스에 수북"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웅동학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조권(53) 씨가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문서파쇄기를 이용해 다량의 서류 파일들을 없앴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3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4차 공판기일을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 씨가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휠체어에 탄 채 출석하고 있다. 2019.10.31 pangbin@newspim.com |
이날 오후 재판에는 2019년 3월부터 약 5개월간 건설업과 관련해 잠시 조 씨와 함께 일했던 부산 거주 황모(49)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황 씨는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을 무렵 조 씨 일가 의혹 기사들이 언론에 도배됐다"며 "당시 조 씨는 모두 거짓말이고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쪽이 만든 정치공세라며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 지난해 8월 27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1주 전 조 씨는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며 "언론들이 조 씨 집 앞에 진을 치고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고 있던 때라 기자가 제일 무섭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황 씨는 "그즈음 조 씨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고발을 당하기도 하는 등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며 "웅동학원 채용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조 씨는 저에게 문서파쇄기를 대여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6일 새벽 조 씨의 집으로 함께 가 서류 파일들을 종이상자에 담아 차에 싣고 사무실로 옮겼다"며 "문서철을 꺼내 옮기며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지만 기억나는 건 '웅동학원'과 '고소·고발' 관련 파일명"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 씨는 괜찮겠냐는 황 씨의 걱정에 "청문회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런 자료들이 나오면 언론이 사실처럼 보도해 상대방 쪽에서 공격하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황 씨는 "압수수색 전날 전부 파쇄하려다보니 기계가 과열돼 중단되기도 했다"며 "파쇄량은 종잇조각들이 커다란 종이상자 2박스에 수북이 찰 정도"라고 기억했다.
또 "파쇄하지 않은 일부 서류는 박스에 담아 들고나오라고 했다"며 "압수수색 3, 4일 뒤 청문회 준비단에 갔다고 했으니 준비단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가져가려고 했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추측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고려시티개발을 운영하면서 지난 2006년과 2017년 각각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웅동학원이 변론 없이 패소하도록 함으로써 115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조 씨는 2006년 소송에서 얻은 양수금 채권을 근질권으로 설정하고 자금을 빌렸지만 이를 갚지 못하게 되자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아내에게 채권을 넘기고 위장 이혼 신고를 한 혐의도 있다.
또 조 씨는 2016학년도와 2017학년도 웅동중학교의 사회 교사를 채용할 당시 브로커를 통해 총 1억8000만원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려 교직원을 부정 채용하는 등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이후 언론에 의혹이 제기되자 공범을 해외로 도피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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