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다로 교수 "전인류의 코로나19 면역력 획득을 지향해야"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퇴치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의 한 전염병 전문가가 "전염병은 박멸보다는 공생·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11일 아사히신문은 아프리카에서 전염병 대책을 연구해온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郎·56) 나가사키(長崎)대 열대의학 연구소 교수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야마모토 교수는 인류가 문명·과학의 힘으로 전염병과 싸워왔다는 인식에 대해 "일부는 진실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문명은 감염증의 요람으로 기능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로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일본 도쿄 나카노 역 앞에 모여있다. 2020.03.09 kebjun@newspim.com |
그에 따르면 현재 알려진 전염병의 대부분은 농경 이전 수렵·채집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인간 사회에 확산되려면 우선 농경을 통한 인구의 증가와 수십만명 규모의 도시가 형성돼야 한다. 실제로 인류가 곡식을 저장하면서 쥐로 인한 페스트가 시작됐고, 가축을 기르면서 동물 유래 전염병이 늘었다.
야마모토 교수는 "우리는 전염병을 박멸해야 할 악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많은 전염병을 갖고 있는 문명과 그렇지 않은 문명을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강인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드는 사례는 16세기 잉카문명이다. 200명이 채 안되는 스페인 사람에 의해 잉카 문명은 멸망했는데,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온 유라시아 전염병에 대한 면역 부족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염병을 많이 갖고 있는 문명이 더 안전하다면서 "인류는 천연두를 박멸했지만 그로 인해서 인류가 집단으로 갖고 있던 천연두에 대한 면역도 상실했다"며 "미래에 천연두나 그와 비슷한 미지의 병원체를 접하게 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야마모토 교수는 전염병이 인류 사이에 퍼지면 잠복기간이 장기화되고 독성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병원체 바이러스나 세균에게 인간은 중요한 숙주인데, 숙주의 죽음은 곧 바이러스·세균의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체 입장에서도 인간과 공생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며 "전염병은 박멸보다는 공생·공존을 목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공생을 지향해야 하냐는 질문에 "세계화가 진행된 현대는 전염력이 강한 병원체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유행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독성이 약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감기처럼 흔한 질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야마모토 교수는 코로나19의 독성이 더 강해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교수는 다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 자체는 무의미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우선 감염 확산 시점에서는 철저한 감염 방지책을 통해 확산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고 병원체의 독성이 약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숙주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독성이 약한 병원체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집단에서 일정 이상의 사람이 면역력을 갖게 되면 유행은 끝난다"며 "지금 지향해야 하는 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인류가 집단으로 면역력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마모토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존의 감염증은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원했든 원치않았든 사회에 변화를 촉구했지만 코로나19는 피해 그 자체보다는 '확산되고 있다'는 정보 자체가 정치와 경제, 일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전염병과 문명의 관계로 말하자면 기존과는 다른 현대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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