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7)이 오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종료되는 4기 집권 이후에도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사실상 영구 집권 준비에 나선 셈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하원(국가두마)의 개헌안 2차 독회(심의)에 참석,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의 발렌티나 테레슈코바 하원 의원이 내놓은 개헌안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입후보) 제한을 없애자는 제안은...원칙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그같은 개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공식 판결을 내릴 때만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테레슈코바는 헌법상 '대통령 3연임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미 대통령직을 역임했거나 현재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 입후보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기존 임기 소멸'을 개헌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의회는 물론 헌법재판소 등 주요 헌법 기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재판소 역시 기존 임기 소멸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2008년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뒤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사임했다. 그러나 그는 총리직을 맡아 사실상 집권을 연장했고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이후 2018년 재선돼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은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고 이후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와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개헌안이 현직 대통령의 자격 제한을 없애면 푸틴 대통령에겐 83세가 되는 202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