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지분 보유...'캐스팅보트' 역할
사모펀드·부정적 여론...'3자연합' 편에 서기 어렵다는 전망 우세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국민연금이 오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주총 기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지분율 차이는 1%대에 불과하다. 3% 가까운 지분을 소유한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김승현 기자] |
◆ 국민연금 "한진칼 의결권 직접 행사"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6일 5차 위원회를 열고 당초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한진칼의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한진칼은 국민연금 보유주식이 전액 위탁운용 중인 기업이다. 작년 1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유주식 분에 따른 의결권 행사가 위탁운용사에 위임돼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현재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목적이 경영참여로 공시돼 있는 점을 고려해 위탁운용사에 위임된 한진칼 의결권을 회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주총 안건에 대해 기금운용본부의 의안분석 등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따른 절차를 거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한진칼 지분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03.06 iamkym@newspim.com |
◆ 조원태·조현아 1%대 싸움…국민연금 표심은 어디로?
오는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2.9%로 알려졌다.
조 회장 측이 33.45%, 3자연합은 31.98%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1.4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2.9%는 양측 입장에서 '주총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지분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선택은 '국가의 뜻'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일반주주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우선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와 국민여론이 좋지 않은 조 전 부사장 쪽에 힘을 실어주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낸 자료에서 "단기 시세차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와는 투자 철학, 방향 등에서 원천적으로 다르며, 행동주의 펀드 등과 연계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땅콩회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며, 현재 노동조합 등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강한 반감을 사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 바 있어 조 회장 측이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국가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향방에 따라 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며 "국민연금도 단순히 국민여론 등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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