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도 격리하는데 한국인만 예외 어려워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코로나19가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나오던 시기부터 정부가 가장 강조한 말은 '과할 정도의 대응'이었다. 국내 확진자 폭증으로 이제 우리 국민은 해외 40여개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받고 있고, 정부는 외국의 이런 움직임을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 5개 지역이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을 격리시키자 우리 정부는 난처해졌다.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각계의 요구를 무시하며 중국을 배려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내에도 부족한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주고 다른 나라는 철수 러시가 줄을 잇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에 총영사를 발령했으나 중국이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항의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통화해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의 해명은 간단했다. 한국인뿐 아니라 한국에서 출발한 모든 승객이 격리대상이며 자국민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자국민보다 외국인을 우대해야 한다고 중국에 요구한 셈으로 설득력이 약해져버렸다. 중국 지방정부의 격리조치는 일본에서 온 항공기에도 적용된다.
중국 지방정부의 조치가 자국의 안전을 위한 정상적 결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보다 작다. 중국 입장에선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뿐 아니라 한국 전체를 위험하게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우리가 그토록 외치던 '과할 정도의 대응'을 중국이 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부터 한국이 많은 지원을 한 만큼 중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감염병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 양국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약속했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인 중국이 한국을 '보은리스트 1호'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 시국에 한중갈등을 다시 키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보다 가파르다. 한국인 입국 제한국이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과도한 조치'라고 비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국민의 안전부터 챙기며 감염병 대응 능력을 국제사회에 증명하는 것이 '남탓'보다 현명한 처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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