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질환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 없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보험회사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질환자의 CI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ADHD 치료를 위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암 등 질병 대비를 위해 모 보험회사에 CI보험 가입을 신청했다. CI보험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암, 뇌졸중, 심근경색, 말기신부전, 5대 장기 이식수술, 화상 등)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하지만 보험사 측은 "ADHD질환자는 우울증 등의 동반질환, 치료약물로 인한 심장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보험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암 질환과 상관없는 정신과 약 복용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한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험사 측은 인권위에 "완치되지 않은 현증이 있는 경우 가입 시 정확한 위험평가를 통한 인수조건 제시가 어렵고 치료 병력 및 호전 여부에 대한 주치의 소견서를 제출할 경우에만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가입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보험사의 이 같은 행위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질병의 경중, 동반질환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A씨의 기재사항만을 고려해 청약 5일 만에 보험가입을 거절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보험회사 측에 ADHD 질환자에 대해 합리적인 CI보험 인수 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영국 등에서는 ADHD 질환자도 동반질환이나 약물, 알코올 남용 이력이 없다면 보험가입이 가능하다"며 "특히 보험사가 동반질환 가능성만으로 CI보험 가입을 거절할 정도의 의학적, 과학적 근거나 전문가 의견이 없는 등 가입 거절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