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오랫동안 준비했던 한국·라오스 국제야구대회와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 개장 기념 세리머니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텅 빈 야구장에 남아 마운드 위를 서성이다보니 많은 상념에 사로잡혔습니다.
'나는 여기 왜 있는가?',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잘했던 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임재원 단장, 제인내 대표, 이만수 이사장(가운데). [사진= 헐크파운데이션] |
야구라는 단어조차 없던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를 전파한 지 6년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당시에 남들은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라고 적당히 하다가 돌아올 거라고 예상들 했죠. 맞습니다.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라오스 땅에서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헐크의 정신으로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부딪혔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언제나 함께 하는 스텝들이 있었고 각계각층에서 보내오시는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를 전파할 수 있었고 또 라오스 야구협회 설립과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겁니다.
언론과 팬들은 라오스 야구단하면 이만수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라오스 야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었고 지금도 이끌고 앞으로도 이끌 분들은 제인내 대표와 임재원 단장입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도 도전하지도 않는 일을 두 분의 헌신과 우정으로 가능케 했던 겁니다.
라오스 야구는 앞으로도 산적한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라오스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체의 야구를 품는 그래서 전 세계 야구계에 공헌하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친구들이 있기에 저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것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두 분 외에 음지에서 저와 라오스 야구를 돕는 수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와 라오스 야구단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만수(61) 전 감독은 헐크파운데이션을 세워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 대표팀 '라오J브라더스'를 이끌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현역 시절 16년(1982~1997년) 동안 삼성에서 포수로 활약한 그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손꼽힙니다. 2013년 SK 와이번스 감독을 그만둔 뒤 국내에서는 중·고교 야구부에 피칭머신 기증,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는 야구장 건설을 주도하는 등 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