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미션이 하나 주어진다.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의 수장 매켄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중령에게 에린무어(콜린 퍼스)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것. 두 사람은 1600명의 아군과 블레이크의 형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1917'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02.14 jjy333jjy@newspim.com |
영화 '1917'은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혔던 작품이다. 베일을 벗자마자 현지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오스카에 앞서 골든글로브 작품상·감독상을 비롯해 프로듀서조합상(PGA), 감독조합상(DGA) 등 주요 상을 휩쓸며 '기생충'을 위협했다. 비록(?) 오스카 그랑프리까진 이루지 못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샘 멘데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임에는 분명하다.
서사 구조 자체만 놓고 보면 사실 단순하다. 전쟁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러 떠나는 군인의 여정이 전부다. 여기다 좁은 땅을 두고 싸우는 전쟁이 배경인 터라 여타 할리우드 전쟁 영화만큼의 물량 공세를 퍼붓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전쟁의 참상을 녹이지 못했다거나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놓쳤단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샘 멘데스 감독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목적지까지 가는 길,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만난 모든 것들을 통해 전쟁의 비극과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긴장감은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일련의 장면을 이어 붙여 연속촬영 장면처럼 만든 촬영 기법)으로 살렸다. 앞서 '007 스펙터'(2015) 오프닝에서 이 기법을 썼던 샘 멘데스 감독은 영화 전체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리허설에 투자한 시간만 4개월이다. 덕분에 영화는 마치 원 테이크처럼 흘러간다. 철조망을 넘어 구덩이를 기고 건물 사이를 달리는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를 쫓는 카메라를 보고 있자면, 마치 전쟁의 한 가운데 함께 있는 듯하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를 완벽하게 구현한 비주얼의 역할도 크다. 때때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1917'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02.14 jjy333jjy@newspim.com |
이야기를 이끈 조지 맥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하지만 이들은 오랜 연기 경력으로 다져온 빈틈없는 열연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캇, 리차드 매든 등 쟁쟁한 배우들의 묵직한 존재감도 놓쳐서는 안된다. 오는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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