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강력한 체질 개선 주문...점포 200개 철수 결단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할인점, 슈퍼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수년 째 침체기를 겪고 있는 탓이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을 결단했다.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유통 점포 700여개 중 30% 가량인 200개 점포 철수를 결정한 것.
그동안 유통업계는 매장 출점으로 외형 성장을 꾀해왔다. 따라서 대대적인 점포 폐점은 기존 외형 확대 기조를 버리고 수익 개선에 집중하겠단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롯데쇼핑 주요 사업부 매출 및 영업이익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0.02.13 nrd8120@newspim.com |
◆할인점·슈퍼 적자전환..."업황 부진에 적자폭 확대"
13일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 28.3%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손실은 8535억원으로 전년 4650억원 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영향이 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0.2% 증가에 그친 6조3306억원이다.
롯데마트 측은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매출이 부진해 영업적자가 확대됐다"며 "또 지난해 해외점포 감가상각비 증가분이 일시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슈퍼 역시 지난해 103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국내 가전시장 성장률 둔화로 하이마트도 타격을 받았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 4조265억원, 영업이익이 10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 41.1% 감소한 규모다.
백화점과 홈쇼핑 사업 부문은 비교적 선방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3조1304억원, 영업이익은 22.3% 신장한 519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백화점은 해외패션 상품군 중심으로 매출이 상승했지만 겨울 아웃터 등 의류 판매 부진으로 전체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다만 해외에서 중국 내 사업을 정리하면서 영업 적자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홀로 성장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은 9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1200억원으로 21.4% 증가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인 국내 소비경기 악화와 온-오프라인 시장간의 경쟁이 심화돼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백화점은 국내외 비효율 점포를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영업이익이크게 신장하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며 "올해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점포의 수익성 기준으로 추가적인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 2020.01.20 nrd8120@newspim.com |
◆ 200개 점포 폐점 단행할 정도 고강도 구조조정 나서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신동빈 회장은 올해 강력한 체질 개편을 실시, 태세 전환에 나섰다.
우선 비효율 점포 정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200여 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한 사업부제를 개편, 의사결정 효율화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지난 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1인 CEO 체제 하 통합 법인(HQ) 구조로 전환한 바 있다.
과거에는 법인 내 각 사업부가 개별 대표 체제로 운영했다면 올해부터는 새롭게 신설한 HQ가 통합적 의사결정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또 각 사업부는 '상품 개발 및 영업 활동에 집중'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이와 함께 '공간, MD, 데이터'를 활용해 체질 개선을 진행하는 미래 사업 운영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롯데쇼핑은 총 100만 평의 오프라인 공간을 재정비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예컨대 경쟁력이 낮은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한다. 마트의 패션 존(Fashion Zone)은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 진행하는 등 기존 매장 운영 개념에서 벗어난 융합 공간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유통사 중 최대 규모인 39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다. 고객/상품/행동 정보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현재 롯데쇼핑의 최우선 과제"라며 "고객, 직원,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