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하루 신규 확진환자 1만4840명 달해
임상진단 환자 수 포함, 정확성 떨어질 수밖에 없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COVID-19) 통계기준을 바꾼 것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혼란만 가중됐다'며 충격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바이러스 사례가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이제는 아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보고된 사례의 급격한 확진자수 증가는 현재 과학자들이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규모와 정도를 파악하는데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빈푹성의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02.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하루(0시~24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1만484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임상진단 환자를 포함한 숫자로, 이들을 제외하면 1508명이다. 사망자수는 242명 증가했다.
임상진단이란 의사가 유증상 환자에게 코로나19 진단을 내린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검사 키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적시에 격리치료 할 수 있게끔 당국이 바꾼 통계기준이다.
미국의 의학 전문가들은 중국의 통계기준 변경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우선 임상진단이 다소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폐 CT 촬영을 통해 폐렴 증상을 보이는 모든 환자들을 잠정 코로나19 환자로 분류하고 있는데, 일반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진 사례가 통계에 뒤섞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지금와서 통계 기준 바꾸면 어떻게 하나
또, 임상진단 결과 일일 기준 역대 최다 신규 확진자수가 발생했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수천명의 감염자들이 검사를 받지 못했다는 증거다. 밴더빌트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윌리엄 셰프너 박사는 정확한 감염자수도 파악하기 힘든 현 상황을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고 표현했다.
워싱턴대학교의 대유행병 대비 및 글로벌 건강보장 메타센터의 공동 센터장, 피터 라비노비츠 박사는 통계기준 변경은 바이러스 추적을 더 어렵게 한다며 "그들은 바이러스 검사·감지 등 전반적으로 방식을 바꾼 것인지 알 수 없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질병에 대해 진단 기준을 변경하는 일은 흔하지만 문제는 기준을 바꾸면 주간 통계치 비교 의미가 저하된다고 지적한다. 또, 왜 이제와서 후베이성이 통계기준을 변경한 것인지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 후베이성 보건 당국 직원들은 우한시 내 집집마다 방문해 시민들이 유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데 격리조치가 두려운 일부 시민들은 증상이 있음에도 속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C) 버클리대학의 아서 레인골드 질병학 박사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당신이 아플 때 당국이 찾아오거나, 당신이 그들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증상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이 된 후에야 격리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격리치료는 후속조치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는 진원지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수산물 시장을 넘어 곳곳에서 집단발병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톈진 확진자 102명 중 최소 33명은 특정 백화점과 연관되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홍콩에서는 바이러스가 배관을 타고 10개층 아파트 주민을 감염시킨 일도 있었다. 증상이 없어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몰랐던 한 영국 확진자는 무려 10명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
UC데이비스대학의 크리스틴 크루더 존슨 전염학 교수는 "효과적으로 사태 대응을 관리하는 것이 큰 과제"라며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암흑 속에 있다"고 말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