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036 0.25%, 임상 2상과 3상 모두 ODS 유의성 확보 실패
한올 측 "임상 2상뿐만 아니라 임상 3상도 성공이라고 생각"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신약 HL036 글로벌 임상 2상에서도 왜곡된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임상 3상에서도 '1차지표' 충족 실패를 성공이라고 둔갑시켜 논란이 된 상황에서 신뢰도의 급격한 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뉴스핌 취재 결과 한올바이오파마는 HL036 글로벌 임상 2상 결과에서도 0.25% 농도의 주관적지표는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안구건조증 신약 허가 절차에서 유효성평가인 객관적지표(Sign), 주관적지표(Symtrom) 두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HL036 글로벌 임상 2상과 3상은 1차평가변수의 객관적지표는 'ICSS', 주관적지표 'ODS'를 설정해 FDA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진행한 HL036 0.25%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1차평가변수 주관적지표 ODS의 P값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김유림 기자] |
한올바이오파마는 글로벌 임상 2상에서 HL036 0.25%와 HL036 0.1%, 가짜 약물(위약)을 비교했다. 결과는 HL036 0.25%의 ICSS는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ODS에서 P값이 0.1671이 나오면서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 오히려 ODS의 P값이 0.0436으로 개선효과가 나온 농도는 0.1%였다.
회사 측은 임상 2상 1차평가변수에서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의 P값이 확보된 약물 농도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ICSS와 ODS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29일 공식 홈페이지에 "ICSS에서 HL036 0.25% 점안액은 Placebo에 대비 투약 4주 후부터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는 개선효과가 확인됐고, 투약 종료시점인 8주까지 지속됐다"며 "ODS 결과에 있어서도 HL036 점안액은 투약 1주 후부터 플라시보(Placebo) 대비 유의적인 개선이 확인됐고, 이러한 효과는 투약 종료시점인 8주까지 지속됐다"고 게시했다. HL036 0.1%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임상 시험에서 P값의 기준은 중요하다. 0.05 이하면 성공, 0.05를 초과하면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1차평가지표 P값이 0.05 이상 나왔을 경우 해당 임상은 실패(Fail)라고 하고, 0.05 이하는 성공(Pass)적인 임상이라고 표현한다. 1차평가지표는 영어로 Primary endpoint, 임상 시험을 하는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한 바이오투자 전문 벤처캐피탈 임원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투여하는 약물은 용량이 많을수록 효과가 높다"며 "HL036 임상 2상 주관적지표는 0.25%보다 농도가 두 배 이상 적은 0.1%에서만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성공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회사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성공이라고 표현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 전 논란이 된 임상 3상도 마찬가지다. 성공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1차지표 확보에 실패는 했지만, 2차지표가 잘 나왔기 때문에 후속 임상 결과는 기대해 볼 만하다가 정석 답변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공개한 HL036 0.25%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도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눈속임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상 3상은 임상 2상에서 효과를 보인 ICSS와 ODS를 주지표로 임상 디자인을 설계했으며, HL036 0.25%와 가짜약을 비교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달 1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HL036'의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객관적지표인 TCSS와 주관적 지표인 ODS에서 HL036 0.25%가 위약군 대비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며 "성공적임 임상 결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진행한 HL036 0.25%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1차평가변수 객관적지표 ICSS의 P값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김유림 기자] |
하지만 며칠 후에 개최된 탑라인 발표 간담회에서 TCSS는 2차지표(secondary endpoint)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차지표였던 ICSS와 ODS는 HL036 0.25%와 가짜약의 효능 차이가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P값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한올바이오파마의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고, 한국거래소에 해명공시까지 했다.
회사 측은 "안구건조증 신약의 첫 번째 임상 3상 결과를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다"며 "주평가변수(1차지표)는 아니지만 객관적지표에서는 CCSS와 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됐고, 주관적지표에서도 EDS의 유의성이 입증됐다"고 공시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HL036 0.25%의 1차평가변수로 설정한 주관적지표(ODS)는 임상 2상과 임상 3상에서 모두 P값 확보에 실패했다. 객관적지표(ICSS)는 2상에서만 확보, 3상에서는 실패했다.
이와 관련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FDA 이외에 다른 나라는 안구건조증 신약 허가를 내줄 때 객관적지표만 충족하면 된다"며 "미국 임상 2상에서 0.25%의 주관적지표 P값이 안 나왔어도 충분히 신약에 대한 가치를 데이터 개선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상 3상 ICSS와 ODS의 P값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관련 "일부러 표기하지 않은 게 아니다"면서 "그래프를 눈으로 봐도 가짜약과 HL036 0.25%의 효과가 차이가 없기 때문에 P값을 안 봐도 상관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