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스핌] 이주현 기자 = 지난 4일 프리랜서 PD A(38) 씨가 14년간 충북 청주의 한 방송사에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해 벌이던 소송에서 패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도내 시민·노동 단체가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도내 11개 시민·노동 단체로 구성된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6일 성명을 통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방송 산업에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라며 "A 씨는 14년간 청주 모 방송사에서 제작·행정업무를 하며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음에도 열악한 처우와 차별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일주일에 5∼7일을 일했는데도 한 달에 120만∼16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프리랜서 외주제작 PD였던 A 씨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방송프로그램 방송 횟수 당 일정 금액의 보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 [사진=픽사베이] |
한국PD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냈다.
연합회는 성명에서 "A 씨는 지난 2004년 청주 모 방송사에서 비정규직 조연출로 근무를 시작했고, 2010년부터 각종 특집과 주간 프로그램을 연출했다"며 " 아이템 선정, 섭외, 구성, 촬영, 편집, 중계차 연출까지 정규직 PD와 똑같이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보조금 사업' 문건을 만들고 직접 서명해서 프로그램 제작비를 조달하는 등 정규직 PD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도 했다"라며 "그런 그를 방송사 간부들은 매몰차게 해고했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지탄했다.
또 "이 상황에서 방송사 최고 책임자인 이 모 회장은 다른 간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며 "재작년에 A 씨를 쫓아낸 장본인인 국장이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니 그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가장 억울해 한 것은 동료 PD들이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력을 넣은 사실"이라며 "이 부분은 불법 행위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며,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방송사 해당 간부는 A 씨의 죽음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야만적인 약육강식의 미디어 생태계를 좀 더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생태계로 바꾸는 게 결국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며 "힘 있는 측의 갑질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대로라면 제2, 제3의 A 씨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8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 지하실에서 A 씨가 숨져 있는 것을 그의 가족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A 씨는 유서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다. 억울하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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