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롯데면세점은 시장 점유율이 39%로 신라면세점을 앞서지만 그 격차가 9%에 그쳐 2강 경쟁 구도를 형성 중이다.
다만 경영 행보에서는 차이점이 명확하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수세에 몰려 점유율 방어에 치중한 반면, 최대 경쟁자인 신라면세점은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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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뉴스핌 기자. |
사업 노선이 다른 것처럼, '맞수'인 두 면세점은 최근 대한민국을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대한 대응 방식도 사뭇 상반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지난 달 23~25일 사흘간 서울 시내 면세점 5곳을 방문한 사실이 지난 28일 알려진 직후 보여준 두 기업의 태도가 바로 비교의 대상이 됐다.
롯데면세점은 우한 관광객들이 방문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해 업계 1위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8일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될 시기인 데다 이러한 사실을 밝힐지를 놓고 서로 눈치만 살필 때여서 롯데의 자인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한시민의 방문 사실만으로도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에 인정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반대로 신라면세점은 해당 관광객들이 다녀간 사실이 없다고 끝내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여행사 일정표에는 신라면세점 장충 서울점이 포함돼 있어 '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 2일에는 서울점이 1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돼 잠정 휴업에 들어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객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보여준 대응과도 달라 아쉬움이 남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자가 제주신라호텔에서 머물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영업장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는 이러한 발빠른 대응이 눈에 띄지 않는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들르는 '필수 관광코스'다.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를 전염시킬 수 있는 고객의 방문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다면 사람간 감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어 문제로 지목된다. 그 피해는 오롯이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돌아가 큰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다.
1, 2위라는 현재의 명성은 손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신종 코로나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속한 방역체계를 갖췄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