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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괴롭힘·위험 여전…文정부 노동정책은 '부정적'

기사입력 : 2020년01월14일 12:00

최종수정 : 2020년01월14일 12:00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 비정규직 1000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과 산업안전 문제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비율이 높았다.

14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공동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 1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9.2%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48.5%에 그쳤다.

2020년을 맞아 공동투쟁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파견·용역·사내하청직(43.8%), 무기계약직(24.5%), 기간제(23.8%), 특수고용직(7.9%)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포함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및 참석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대회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2019.12.07 pangbin@newspim.com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대부분 참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 본 응답자의 67%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했지만,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은 38.5%로 가장 높았다.

괴롭힘을 참는 이유로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58.2%)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33%) 등을 꼽았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김용균법 도입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3.5%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안전 문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죽음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김용균법 시행 취지인 '위험의 외주화 금지'(54.4%)를 들었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76.7%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를 내렸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3.3%에 그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이었던 최저임금 인상 효과도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은 비교적 많이 인상했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기대한 것보다 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응답이 60.8%로 나타났다.

차별과 각종 안전 문제,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2.5%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한 사회로 평가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 불평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낮았다. 응답자의 69.7%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30.3%였다.

또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공약을 일부만 지키고, 친재벌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응답이 34.8%였고, '노동 존중 공약을 다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친노동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응답은 33.8%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비중이 64.9%로 가장 높았고, 노동시간에 대한 불만족 응답 비율(57.5%)도 높게 나타났다.

김수억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80%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실망했다고 응답한 이유는 안전, 차별 등 정작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 게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일터에서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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