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애플이 플로리다 펜사콜라 해군기지 총격사건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 해제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범죄에 연루된 아이폰 잠금해제를 두고 사법 당국과 기업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바 법무장관의 이번 발언은 범죄조사를 위해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backdoor)'를 구축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부와 기술기업 간의 대립이 앞으로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월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위험에서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데 애플이나 다른 기술기업들이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FBI가 플로리다 해군기지 총격 용의자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가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에 애플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플로리다 펜사콜라의 한 해군지지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이는 테러와 같은 범죄 해결을 위해 법집행 기관이 개인정보에 접근성을 제공하는 백도어를 허용하느냐 여부에 대한 정부와 기술기업간의 대립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바 법무장관은 "총격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와달라고 애플에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애플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만 그는 "애플이 잠금 해제를 하라는 법원 명령을 청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주 FBI는 애플에 요청서한을 보냈지만 애플은 응답하지 않았다.
단지 애플 대변인은 "우리는 법 집행을 존중하며 조사를 위해 항상 협력해 왔다"며 "우리에게 정보 요청이 있을 경우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했으며 활용 가능한 정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윌리엄 바 미 법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비슷한 문제로 애플은 이미 FBI와의 소송을 겪었다. 지난 2016년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에서 14명을 숨지게 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 시드 파룩이 사용한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FBI는 개인 사업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 아이폰의 보안장치를 허물어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애플은 아이폰에 암호화 장치를 적용 설계했다. 휴대폰 암호가 없으면 잠긴 아이폰에 있는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플은 "샌 버나디노 사건의 경우 회사의 서버에 업로드되지 않은 데이터를 검색하려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들이 법집행 기관을 대상으로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이 장치가 애플의 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어느 정도 통할지 아니면 전혀 통하지 않을지는 알 수가 없다.
지난주 한 전시회에 참석한 애플의 한 직원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연설에서 애플의 암호화 사용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애플이 24시간 내내 법집행 기관의 요청에 대응하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애플이 백도어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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